내부지분율 85.6%·67개 순환출자 고리 '복잡'
'황제 군림' 신격호 회장 지분율은 0.1% 불과



공정위 발표에서 드러난 롯데그룹 '폐쇄 구조'

공정거래위원회의 1일 발표는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수면 위에 올랐던 롯데그룹의 폐쇄적 구조를 처음 낱낱이 공개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정위가 공개한 '기업집단 롯데 해외계열사 소유 현황'에 따르면 롯데는 내부 지분율 85.6%,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폐쇄적인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손가락 경영'을 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황제형 총수로 군림해 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0.1%에 불과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와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보고·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일본에 있는 롯데 계열사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을 계기로 롯데지배 구조에 대한 논란이 들끓자 공정위는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해외계열사 지분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의 내부지분율(신격호 총괄회장과 친족·임원·계열회사 등의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62.9%로 알려졌지만 해외 계열사의 소유 구조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내부지분율이 22.7%p나 올라간 85.6%에 이른다. 그동안 롯데그룹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계열사를 동일인 관련자가 아니라 '기타 주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공정위 조사에서 광윤사·롯데홀딩스·㈜패밀리·㈜L투자회사(12개) 등 일본계 15개 회사와 스위스 LOVEST A.G까지 모두 16개 해외계열사가 11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중 스위스 LOVEST A.G.의 경우 옛 여수석유화학(현재 롯데물산과 합병)과 호남에틸렌(현재 대림산업과 합병) 등의 지분을 보유·관리하기 위해 1985년 설립된 회사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직접 지배하고 있었다.

10대 그룹 가운데 롯데를 제외한 9개 그룹의 평균 내부 지분율은 53% 수준으로, 롯데는 이들보다 38%p나 높은 독보적 1위다.

하지만 내부자 중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두 아들 등 오너와 친족의 지분은 2.4%에 불과했다. 특히 '손가락 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황제로 군림해 온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0.1%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는 롯데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복잡한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전체 대기업 집단 순환출자 고리(94개)의 71%에 이른다.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 구조는 일본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로, 신 총괄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2개 상호출자, 4개 순환출자 고리로 일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본 계열사들이 다시 한국 호텔롯데(99.3% 일본 주주)와 롯데알미늄(57.8% 일본 주주) 등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전체 한국 롯데 계열사들은 67개 순환출자 고리로 서로 엮여 있는 구조다.

반면 한국 롯데그룹의 86개 계열사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9.3%(8개)에 불과하며 일본롯데 계열사의 경우 아예 상장사가 없다.

공정위는 롯데의 소유·지배구조가 공개된 만큼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 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 신고·공시 등 롯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수익금을 조국에 투자하며 한국롯데를 설립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의성은 없었다"며 "롯데는 공정위의 향후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투명성 제고 등 중점 추진과제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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