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종이에 은(Ag) 나노입자를 이용해 저렴하면서 혼합물을 정교한 분리할 수 있는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를 개발했다. 여러 성분이 섞여 있는 혼합물에서 특정 분자를 최고 수준으로 검출·분리할 수 있어 진단의학과 약물검사 등에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기훈 교수(사진) 연구팀은 종이에 금속 나노입자를 증착시켜 저렴하고 정교한 분석 결과를 갖는 '크로마토그래피용 종이'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특정 용매를 이용해 혼합물을 분리하는 기술로, 가장 전통적인 종이를 비롯해 박막, 가스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종이 크로마토그래프는 종이를 용매에 살짝 담근 후 종이 내 혼합 물질 성분과 종이의 인력 차이로 생기는 물질이 나아가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한 혼합물 분리 방법이다. 저렴하고 여러 성분을 동시에 검출할 수 있어 광합성 산물이나 다양한 생체 혼합물을 분리 검출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크로마토그래피 기술로 혼합물을 분리하고 나면 물질의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빛을 쪼여 분출하는 파장의 차이를 분석, 혼합물에 어떤 분자가 포함됐는지를 파악한다.

하지만 현재의 종이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혼합물 분리의 정교성이 떨어지고, 혼합물 내 분자 농도가 낮으면 빛을 쪼여도 성분을 검출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연구팀은 금속 나노구조 표면에 빛을 모이는 기술을 이용해 종이 표면에 은나노섬을 균일하게 증착시켜 종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기판 표면에서 빛 집광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어 금속 나노구조에서 빛의 세기를 높여 검출능력을 향상시키는 표면증강 라만 분광법으로 별도의 표지 없이 혼합물을 분리하고 피코몰(1조분의 1몰) 수준의 극저농도 물질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검출 가능 한계를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켜 진단의학, 약물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광학분야 국제 학술지 '빛: 과학과 응용(1월 1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기훈 교수는 "향후 저비용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 분자 혼합물의 분리와 분석이 가능해져 신약 개발용 약물 스크리닝, 환경 지표 검사, 생리학 기능 연구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준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