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너지신산업 추진단 신설… 삼성 사장단 '친환경' 화두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대응·전통산업 성장정체 돌파구 모색

재계가 '미래 에너지'에 주목했다. 주요 그룹사는 지난해 말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지난주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으로 나타난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SK그룹은 27일 최근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에 대한 선제 대응과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화가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정유사, 발전회사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은 물론 구글, 소프트뱅크 등 IT(정보기술) 기업들까지 신에너지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이산화탄소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그린폴' 등의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SKC는 태양광 소재 사업을 하는 SKC솔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SK E&S는 바이오가스와 태양광 등을 활용해 홍천 친환경 에너지타운을 만들었고, SK텔레콤과 SK C&C는 다양한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삼성도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수요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 교수의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테크놀로지' 강의를 들었다. 이 교수는 화석연료가 한계에 이르렀고 그 돌파구는 바이오에너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장균이 식품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을 합성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과 바이오베이스 연료 등을 소개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등 삼성 사장단은 식량을 원료로 쓰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은 앞서 지난 20일 수요사장단 협의회에서도 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 교수를 초대해 에너지 관련 정책과 전기차, 전력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신사업 분야를 공부한 바 있다.

다른 그룹도 신에너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LG그룹은 구본준 ㈜LG 부회장이 신성장 사업추진단장을 맡아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이고, 2014년 기준으로 2조7000억원 수준인 매출을 2017년에 4조원 후반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차 등 친환경차 모델을 오는 2020년까지 22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GS의 경우 GS칼텍스가 바이오매스 원료 확보부터 생산기술 개발, 수요처 개발 등 상용화 기술 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고,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GS EPS는 바이오메스 팜 열매 껍질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메스 발전소를 지난해 9월 준공했다.

태양광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한화솔라원과 합병 이후 지난해 2분기에 첫 흑자전환을 달성했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유럽, 일본 등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종합화학기업 OCI는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운영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며 태양광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롯데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레독스 플로우(흐름) 전지를 탑재한 전력저장장치(ESS)를 개발했고, 수처리 사업 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나왔고 이제 예전처럼 화석연료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자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전통 산업의 성장 한계를 에너지 신사업으로 극복하기 위한 대기업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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