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37년새 절반 넘게 실종
법안 가결률 등 공공부문 지수 급감 영향… 대규모 사업체 비중도 줄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약 40년 동안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이 27일 내놓은 '기업가정신 지수의 장기 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는 1976년 150.9에서 2013년 66.6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정신 지수는 △경제활동 참가율 △수출 증감률 △인구 10만명당 사업체 수(10인 이상 기준) △대규모 사업체 비중(종업원 300인 이상) △GDP 대비 설비·연구개발 투자비율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9급) 등 기준이 되는 7개 지표를 수치화한 지수다.

한경연은 1976년에 비해 2013년 기업가정신 지수가 절반 이상 떨어진 가장 큰 원인으로 공공 부문 지수 하락을 꼽았다.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 지표가 포함된 공공 부문의 기업가정신 지수는 1981년 100점을 기준으로 할 때 1991년 90.7, 2001년 70.2, 2013년 26.4로 급감했다. 민간부문 지수 역시 1981년 100점을 기준으로 2013년 69.8로 하락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기업가정신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정치 기업가정신을 나타내는 척도인 법안 가결률이 2000년대에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법안 발의된 법안 수는 15대 국회 1951건에서 19대 국회 1만4387건으로 7.4배 이상 증가했지만 가결건수는 15대 국회 659건에서 19대 국회 1853건으로 2.8배 증가한데 그쳤다. 가결률은 같은 기간 33.8%에서 12.9%로 크게 낮아졌다.

한경연 측은 "가결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경제활동 규칙을 정하고 변경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비생산적이고 지대추구적으로 변질 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민간 부문의 생산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가정신지수 지표 중 인구 10만명 당 사업체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대규모 사업체 비중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명 당 사업체수는 1976년 41.99개에서 2013년 132.26개로 증가했지만 전체 사업체 중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1976년 6.8%에서 1988년 3.1%, 1998년 1.5%, 2013년 1.0%로 크게 줄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사업체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 기업의 성장의지가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기술발전에 따라 기업조직을 효율화하면서 기업규모는 작아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기업분포가 소규모로 편향돼 있어 생산성 향상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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