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을 원하는 위치와 모양, 길이로 오려내는 기술을 개발, 우수한 성능의 맞춤형 탄소나노소재를 만드는 길을 열었다.
김상욱 KAIST 교수(신소재공학과)팀은 손상 없이 그래핀을 원하는 모양대로 오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구조로 결합한 2차원 전도성 물질로, 전기·물리적 성질이 우수하고 얇은 두께에 유연성을 갖춰 차세대 전자소자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을 원하는 대로 오려낼 수 있다면 나노 형태의 탄소 소재를 만들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와 탄소가 강하게 결합돼 있어 이를 끊으려면 강한 화학반응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변이 함께 찢어져 손상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탄소 물성이 손상되는 한계가 안고 있다. 종이를 잘못 오려내면 너덜너덜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이종원소 도핑기술'을 이용해 해결했다. 탄소와 탄소가 결합한 평면에 질소나 다른 원소를 넣어 구조적 불안정성을 유도한 뒤 전기화학적 자극을 가해 탄소 이외의 부분이 쉽게 찌어지도록 한 것이다.
연구팀은 도핑하는 이종 원소의 양을 조절해 그래핀의 오려지는 정도를 매우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그래핀의 2차원 결정성이 전혀 손상되지 않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고분자, 금속, 반도체 나노입자 등 다양한 이종물질과 쉽게 융합해 고성능의 탄소복합소재를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전달속도를 지닌 고용량 축전기(슈퍼 캐패시터)를 만들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판에 22일 실렸으며, 미래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다차원 나노조립제어창의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상욱 교수는 "품질 저하 없이 그래핀 면을 나노미터 크기 수준으로 오려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결과"라며 "이종원소의 도핑 위치 제어기술을 개발하면 기계·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섬유 형태의 탄소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