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사태로 촉발한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차 리스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프랑스 정부가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르노와 벤츠, 포드 등 3사가 초기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올라 올해 국내 시장 판매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환경부 주도로 르노,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푸조-시트로엥그룹(PSA), 폭스바겐, 토요타, BMW, 오펠 등 8개 업체의 22개 차량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앞으로 조사 대상 업체를 추가해 디젤차 100종에 대한 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폭스바겐 사태와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임의 조작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진행했다. 르노가 판매 중인 캡처(국내 판매명 QM3)와 에스파스 등이 실제 주행 시 인증 기준과 극명한 차이를 나타낸 것을 적발하면서 시작했다.
르노 캡처의 경우 현재 1만5800대에 대해 배출가스 처리 시스템 수리(리콜)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최대 70만대 디젤차 고객에게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수리 대상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생산한 캡처 가운데 110마력 모델이다. 르노삼성차 측은 "한국으로 수입하는 모델은 90마력으로, 리콜 대상과 엔진이 다른 차종이며 환경부의 권고사항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부 장관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배출가스 법규를 위반한 것은 르노뿐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나머지 두 곳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포드와 메르세데스-벤츠를 조사 대상에 오른 유력한 후보로 지목해 보도했다. 초기 검사 결과 드 C-MAX와 벤츠 S350 등이 실제 도로 측정 때 기준의 5배 이상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정부의 조사 결과와는 관계없이 일련의 사태와 의혹들로 인해 조사대상에 오른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에 차질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르노삼성과 벤츠, 포드 등 3사는 국내에서 올해도 디젤차 위주의 전략을 짠 상태여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디젤차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따라 생산을 중단했던 QM5와 SM5 디젤의 후속 차종을 올해 새로 투입한다. 지난 3일에는 SM3에도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르노삼성차는 이를 통해 올해도 디젤 비중을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까지 판매한 SM5의 경우 30% 이상이 디젤 모델이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4종 등 총 11개의 주력 모델을 추가할 방침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역시 친환경차 모델은 없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최근 "올해 출시할 디젤 제품군 계획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가솔린 위주로 제품군을 구성해 판매했던 포드코리아 역시 올해는 '몬데오'와 '포커스', SUV '쿠가' 등 '디젤 3총사'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출시를 시작으로 연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전기차(EV) 모델 등 총 5개 친환경차 모델을 출시할 현대·기아차와 쉐보레 볼트 2세대를 들여올 한국GM 등 국산차 업체는 물론 올해 다양한 친환경차 출시를 계획 중인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수입차 업체의 동향과도 다른 행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차 제품군 확대 전략은 최근 시장 경향과 비교했을 때 미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당장 폭스바겐코리아만 하더라도 사태와 무관하게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놓고 보면, 업체 입장에서 디젤차 강화에 힘쓰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