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건태 동부하이텍 상무
권건태 동부하이텍 상무


작년 말 골드만삭스에서 선정한 지난 5년간의 48가지 중요한 변화로는, 스마트폰의 시장침투율이 2010년 18.6%에서 2015년 74.6%로 56%가 증가했지만,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의 가격 인덱스는 2010년 1.9에서 2015년 0.8로 58%가 감소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그 크기가 커짐에 따라 업체끼리의 경쟁도 심화하면서 가격이 내려가 상위 몇몇 업체 이외에는 더는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혁신의 산물이 아닌 가격으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분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는 사이에 웨어러블, IoT, 드론, 스마트카 등 또 다른 혁신의 산물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업계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하면서, 많은 업체가 신규 응용분야로 조기에 진입하고 새로운 성장 계기를 확보하고자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2015년에는 한 해 내내 인수합병 이슈가 끊이지 않아 업계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으며,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본과 정부지원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이와 같은 업계 재편을 주도하고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반도체 칩을 하나로 줄이는 원칩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웨어러블, IoT, 드론, 스마트카 등 신규 응용분야에는 기존보다 네트워크(통신), 센싱 등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해당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칩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칩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IHS에 따르면, 올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4%로 역성장하는 메모리나 반도체 전체 시장성장률 2%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팹리스(Fabless, 반도체소자 설계회사)인데, 국내 팹리스들은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수의 선진 팹리스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지에서는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나 인수합병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더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고, 중국에서는 정부의 자금과 세제지원 등을 통해 팹리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IC인사이츠의 세계 50위 팹리스 순위를 보면, 중국 기업은 2009년 1개에서 2014년 9개로 늘었지만, 국내 팹리스는 단 한 곳만 포함되어 있는 실정이다. 국내 팹리스들의 대부분은 풍부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한 상황에서 스마트폰 등 극히 한정된 분야에서 외국 선진업체들과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 신규 응용분야로의 진출을 위한 기술개발은 자금과 인력부족 등으로 인해 개발기간이 길어지고 결국 시장진입이 늦어 외국 업체들에게 사업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하겠다.

큰 변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기대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기술개발자금이나 세제지원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력에 대한 육성도 시급한 시점이다. 일부 대기업에 편중된 기술인재들이 팹리스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해외 기술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와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바탕을 조성해야 하겠다. 또한 팹리스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겠다.더 나아가서는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팹리스, 파운드리, 세트업체 간의 선 순환적 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정착시켜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권건태 동부하이텍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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