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 6조원 빠져
외인 시가총액비중 최저
환차손 < 유가하락 '영향'
국내증시 날개없는 추락

외국인이 34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며 코스피시장 최장기간 연속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이날까지 34거래일(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시간외 대량매매 제외)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6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당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8조8734억에 이른다. 외국인이 34거래일 동안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약 8.4% 하락했다.

이날도 코스피는 외국인이 2968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4.92포인트(-0.27%) 하락한 1840.53을 기록, 1840선을 간신히 지켰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가 지속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약 6년 5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8일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397조959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390조650억원) 중 28.63%에 그쳤다. 이는 2009년 8월17일(28.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떠난 외국인 자금, 오일머니에 집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대되었던 외국인 순매도의 주요 이유는 오일머니의 회수, 미국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원화 약세, 신흥국 위험 탈피 등의 심리 등 때문"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증시 주변 환경이 지난해 하반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앞으로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은 환차손 요소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부터 국내 증시 최대 순매도 국가가 사우디였고 12월은 중국까지 순매도 상위국으로 올라선 것을 감안하면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로 인한 중동과 아시아계 국부펀드 및 연기금 등의 자금이 국내 증시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에도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과 중국 외환보유고의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순매도 또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엑소더스, 국내 증시 '안갯속'= 외국인 이탈로 국내 증시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백기사로 등장하지 않는 한 코스피의 날개 없는 추락은 지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6조원 넘게 팔아치운 동안 기관이 사들인 주식 규모는 3조4000억원에 그친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면 지수 방어에 나섰던 백기사 연기금까지 지난해 말부터는 코스피 시장에서 500억원 순매수에 그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도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지만 그와 맞먹는 시스템 리스크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부실채권 문제로 리먼 브라더스가 도산하는 등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돼 전 세계로 위험성이 파급됐던 것과 상이하게, 최근의 상황은 경기회복세 둔화를 보이고 있을 뿐 전면적인 붕괴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는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해왔음을 감안하면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12개월 선행 PBR 0.9배의 지지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저가매수세 또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지수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및 유로존과 중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 또한 지수 하단을 방어할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