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 등으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는 업계 평균 이상으로 투자규모를 늘리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반도체 상위 10개 업체의 R&D 투자규모는 307억6800만달러(약 37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2% 늘었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증가율 4.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매출 부진이 R&D 투자 상승세를 막은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상위 10개 반도체 제조업체의 매출은 1979억9800만달러(약 239조3000억원)로 2014년과 비교하면 1.2% 줄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5.1%에서 지난해 15.5%로 상승했다.
업체별로는 1위부터 5위까지는 변화가 없었고, 2014년 1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순위를 3단계 높여 9위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R&D 투자규모를 6% 늘렸고, 매출에서 R&D 투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8.2%에서 지난해 8.4%로 상승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05년 이후 매년 투자규모를 확대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R&D 투자액은 1조3320억원에 이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신규 공장 부지 매입과 10나노대 D램·3D 낸드플래시 개발·양산 등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R&D 투자규모를 전년보다 5% 늘렸다. 하지만 매출이 10% 늘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7.8%에서 7.5%로 소폭 하락했다.
1위인 인텔의 경우 전년보다 매출이 1.8% 줄었음에도 R&D 지출은 5% 늘려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2위인 퀄컴은 지난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이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적용비율을 늘리면서 매출이 줄었고, 그 영향으로 R&D 투자 역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아울러 4위인 브로드컴은 R&D 투자규모를 11%나 줄였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반대로 10%나 투자규모를 늘려 4위와의 격차를 좁혔다. 2014년 7위였던 마이크론은 투자액을 6% 늘려, 11%를 줄인 도시바(6위)와 순위를 바꿨다.
한편 IC인사이츠는 지난해 세계 전체 반도체 매출이 3536억달러로 전년보다 약 1% 하락했고, R&D 투자규모는 564억달러로 0.5%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 반도체 업계의 R&D 투자는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지속해 76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