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뮤지션이 음악만으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대중 눈높이에 맞추기보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개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인디음악계는 더 그러하리라. 네이버에서 근무하다 IT계의 인디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다 보니 먹고살기 힘들다는 표현이 남 얘기가 아닌 필자의 처지이기도 하다.

아델이 신보 출시 한 달 만에 600만 장을 판 건 해외토픽 같은 얘기다. 1년에 CD 한두 장쯤은 사서 선물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새로운 음악에 귀를 기울이던 시대는 멀어진 지 오래다. 음악 소비의 패러다임이 음반 소유에서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는데 CD를 계속 찍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진다. 대중 인지도가 이 모든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줄 텐데 인지도라는 아이템은 어디서 획득할 수 있을까.

2015년 혁오와 자이언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끌어 모았다. 문제는 예능 프로가 너무나 제한된 자원인데다 뮤지션이 정작 본업과 관련 없는 예능 프로에 나가야만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본업인 음악에 충실하면서 인지도 아이템을 듬뿍 획득할 수는 없을까."음악산업은 새로운 공급경로의 발전으로 인해 상당한 판매 감소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공급경로 중 일부는 불법적이다. 합법적이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음악 공급의 확대가 음악산업 회복의 중요한 해결책이다." 2015년 10월 프랑스 문화통신부를 비롯한 음악계 18개 단체가 서명한 '온라인 음악의 공정한 발전을 위한 협정'은 이렇게 시작한다. 프랑스 음악계의 문제의식에서 우리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법적이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음악 공급의 확대'야말로 인디 뮤지션에게 절실한 해결책이 아닐까.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음악 소비의 대세로 부상한 스트리밍을 월정액 스트리밍과 광고기반 스트리밍으로 분류하고 각각 39%씩 동반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 두 카테고리는 사용자층이 다르고 청취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공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트패킹컴퍼니에서 필자가 일하면서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목격하고 있는 현상이다.

월정액 상품 가입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또 그래야 하지만, 월정액제에 가입하지 않는 대중에게는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음악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중을 불법 복제로 내몰지 말고 '합법적이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제도권 서비스 안으로 유인해야 한다. 예능 프로뿐만 아니라 대중이 음악과 만나는 스마트폰에서도 인지도를 획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

이런 플랫폼에서는 인지도만 얻고 돈은 안 되는 게 아니다. 광고기반 스트리밍이라고 하면 아직도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는 불법 서비스 아니냐'고 오해하는 뮤지션이 있다. 하지만 광고기반 스트리밍만큼 정직하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서비스도 없다. 청취자가 들은 횟수만큼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청취자들은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심지어 자기가 보고 듣는 광고 덕분에 창작자와 음반사에게 수익이 돌아가는데 왜 '공짜 음악'이냐고 반문하는 사람까지 있다.

인지도가 높아진 다음 추가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건 공연이다. 월간 청취자 8000만 명을 자랑하는 미국의 판도라는 최근 콘서트 티켓 서비스 티켓플라이를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월정액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합법적으로 청취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이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직접 알려서 판매율을 높일 수 있는 티켓 서비스는 지극히 당연한 사업 확장이다.

음악 소비자들이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하고 음악을 청취하는 사회적, 제도적 변화는 인디 뮤지션은 물론이고 음악업계 전체의 과제다. 하지만 이와 병행해서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청취자가 확보된 플랫폼이 많아져야 한다. 새해에는 예능 프로가 아니라 음악시장이 뮤지션에게 인지도를 획득하고 정당한 수입을 안겨주는 곳이 되기를 기원한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