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투자 줄이고 네트워크설비 선점 포석
세계, 이통사업자 수 줄여 요금인하 유도
이통사 수 확대하는 국내 정책과 대조적

중국 2위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과 3위 차이나텔레콤이 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하고 사용키로 전격 합의했다. 1위 차이나모바일에 맞서기 위한 2·3위 사업자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지만, 통신료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여 요금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새로운 통신사 진입을 통한 요금인하 유도 정책 대신, 이동통신사 수를 줄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 투자효율을 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4 이동통신사 등 통신사 수를 늘려 요금 인하를 꾀하겠다는 우리 정부 정책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차이나데일리 등 외신에 따르면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보유한 전체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사실상 함께 쓰기로 하는 내용의 전략 제휴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LTE 이동통신 네트워크 공동 구축과 공유, 해외로밍과 고객서비스 협력, 상호투자, 스마트폰 기술 표준화 등에 이르기까지 네크워크·서비스 전 분야에서 협력키로 했다. 또 두 회사는 앞으로 각자가 보유한 모든 통신 방식과 주파수를 지원하는 일명 '6모드 단말기'를 개발해 판매키로 했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에 대한 표면적 이유로 지배 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에서 가입자 8억2900만명에 점유율 63%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차이나유니콤은 22%, 차이나텔레콤은 1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아직 인수·합병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외신과 업계는 사실상 두 국유기업이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이통 3사는 모두 정부가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국유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유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비리 적발과 실적 개선, 합병 등 강도 높은 개혁조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전국에 거쳐 초고속 유무선 인터넷이 가능토록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통신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밝혔다. 중국의 국가 경제구조를 정보통신기술(ICT)·지식 산업 위주로 바꾸는 데 5세대(G) 이동통신과 기가급 유선망 등 네트워크 고도화와 저렴한 통신비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두 회사의 제휴는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여 요금을 낮추려는 중국 정부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 정부는 과거 신규 사업자 진출을 통한 요금인하 유도 정책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엔 사업자수를 줄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중복 투자를 줄이고 차세대 네트워크 설비에서 앞서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시장 4위였던 쓰리(Three)가 2위 오투(O2)의 합병을 신고했고, 이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영국은 4개사에서 3개 이통사 구도로 변한다. 독일에선 지난 2014년 3위 텔레포니카와 4위 이플러스가 합병했다. 이런 결과 이통 사업자수가 3개로 줄었다. 4개 사업자를 보유한 프랑스도 역시 지난해부터 정부가 직접 나서 사업자 간 인수·합병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선 지난해 3위 스프린트가 4위 티모바일을 인수하려 했지만, 정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4 이동통신사 진입을 위해 주파수와 로밍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새로운 사업자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어 비교된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5대3대2' 구조로 고착화된 상황에서 새 사업자를 진입시켜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전문가는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제4 이통사업자를 진입시켜 경쟁구조를 만든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시장 구조가 다르다"며 "정부가 해외 국가의 최근 정책을 유심히 분석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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