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에 이어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인 도시바가 3D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5조2000억원대의 투자를 감행한다. 샌디스크와 함께 운영할 이 공장은 오는 2017년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14일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미에현 욧카이치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미국 샌디스크와 공동사업으로 새 공장건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총 투자액은 5000억엔(한화 5조1574억) 이상이며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차세대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 2위(20.5%, 이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마켓뷰 보고서), 샌디스크는 3위(15.4%)다. 이들 두 회사를 합치면 35.9%로 세계 점유율 1위(31.5%)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 새 공장 가동시 낸드 점유율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도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최초로 3D 낸드를 시작한 삼성전자도 중국 시안 공장이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에 돌입하면서 추가 증설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시안 공장에 남은 부지를 활용해 3D 낸드 생산 장비를 추가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 시안 공장의 생산능력은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인 실리콘기판) 투입 기준 월 10만장 수준이다.
인텔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다롄 공장에서 3D 낸드를 양산할 전망이다. 다롄 공장은 2010년부터 인텔이 운영해온 공장으로 현재 업계 최신 공정보다 2~3세대 이상 뒤진 64나노 기반의 팹이다. 인텔은 이 공장에 최대 55억달러(한화 6조6698억)를 투자해 3D 낸드와 3D 크로스포인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양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주력 목표 중 하나로 3D 낸드플래시 공정 고도화와 본격 양산을 내걸고 있지만, 인텔이나 도시바와 같은 대규모 증설은 아직 계획한 바 없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부터 3D 낸드의 수요가 대폭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에 서버, 소비자용 SSD에만 탑재하던 3D 낸드가 올해부터 마이크로SD 카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PC 등으로 전면 확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와 인텔의 투자 규모로 단순 계산해보면 두 기업은 내년까지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한 시안 3D 낸드 라인의 2~3배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3D 낸드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