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사진)는 14일 "정부와 채권단이 국가기간산업으로 보고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선주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수익성과 유동성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며 정부와 채권단에 읍소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으로부터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추는 추가 자구안을 1월 말까지 제출토록 요구받았다. 지난해 11월 말 1조원 규모를 마련하는 자구안을 제시했지만, 보완을 요구받았다. 이날 현재까지 현대상선은 추가 자구안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태다. 그는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구안 제출)시기나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당장 오는 4월 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8월과 9월에도 각각 약 590억원과 224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대상선의 부채 4조5000억원 가운데 채권은행에서 차입한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3조원은 선박금융과 회사채 등이 차지하고 있어 현재 드러난 회사채 만기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기용선 계약이 많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금융지원을 받더라도 결국 회사채를 막거나 용선 계약을 한 해외 화주들에게 자금이 지급되는 꼴이 된다. 이에 채권단은 "현 단계에서는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며 근본적인 자구안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올해 해운업 전망이 부정적인 것에 대해 "해외 경쟁사도 실적이 저하되고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나쁘다"면서 "업체마다 운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조정을 생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담합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각 사의 판단에 따라 운임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선박펀드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부채비율을 300% 이상 낮춰야 지원 조건인 400%가 될 수 있는데,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추가로 자본유입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선 단기적으로 직면한 급한불(유동성 위기)을 끄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선주협회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이윤재 현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 회장은 2013년 제28대 선주협회장에 오른 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부터 제29대 협회장으로 활동한다. 부회장단은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과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 백석현 SK해운 사장,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 박정석 고려해운 사장, 윤장희 KSS해운 회장 등이 연임한 가운데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선주협회 회원사는 185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18개가 줄었다. 이는 2008년(180개)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황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탈 회원사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