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457달러… 9년7개월만에 최저
유동성 악화 중국기업 밀어내기 탓
원가보다 30% 낮아 일시적 그칠듯

중국산 철강재 수입 단가가 9년 7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중국 업체들의 과도한 밀어내기 판매로 철강재 수입단가가 톤당 40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가격 후려치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재 수입 단가는 지난달 톤당 457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 5월 490달러를 기록한 뒤 9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산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2월 톤당 667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6개월 만에 가격이 22% 내렸다.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원가 이하 가격으로 물량을 밀어낸 탓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후려치기가 중국 철강업계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공급과잉과 경쟁심화, 부동산 경기침체와 자금 조달난 심화 등으로 적자기업이 속출하면서 밀어내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강철공업협회(CISA)에 따르면 88개 회원사 가운데 적자기업 비중은 2007년 3%에서 2014년 8월 기준 26%로 늘었다. 철강업체의 부채 역시 2008년 1조5299억위안(약 238조원)에서 2013년 3조862억위안(약 565조원)으로 102%나 급증했다. 특히 2013년 부채 가운데 절반을 넘어선 57%(1조7000억위안)가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에서 조달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유동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철강재의 수입 단가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급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단가는 원가보다 20~30%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제살깎아먹기'식 판매를 1년 가량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급락세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느끼는 부담을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 철강업체 수는 지난해 약 800개, 공장가동률은 68%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개 철강업체를 퇴출해 내년까지 가동률을 8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하지만 일자리와 세수 확보 문제가 연계돼 있어 목표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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