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임명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의 치킨집이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다고 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프랜차이즈 형태로 쉽게 창업할 수 있어 너도나도 뛰어 들고 있지만, 수익악화로 폐업확률도 높아 투자금을 날리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영업자의 사업기간 현황'을 보면, 2015년 8월 기준, 치킨집 등 숙박 및 음식점업은 3년내 38%, 5년내 54% 폐업하고 있다. 평균 사업기간은 6년 11개월로 전체 자영업자의 평균 13년 3개월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분야의 자영업자와 일반기업도 치열한 경쟁에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수명은 단축되고 있다.

세계 초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컨설팅기관 이노사이트의 보고서에 의하면,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1980년대 35년에서 2000년대 25년, 2020년대 15년으로 줄고, 2027년까지 현재 기업의 75%가 다른 기업으로 대체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술혁신에 의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생산, 공정, 판매 등 경영전반에 자동화와 기계화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고 역량을 가진 업체들만 살아남고, 소수의 기업만으로도 전체 공급시장을 충족시킬 수 있어 마치 역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승자독식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시대적 조류에 가장 영향을 받는 곳은 금융권이며, 온라인 거래와 핀테크 산업의 확산으로 한국에도 지점없는 인터넷은행이 2개 선정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보험, 증권에서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인력감축 한파는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과거 50대 이상의 장년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이 강요되던 환경과 달리 젊은 30대에게도 희망퇴직이 적용되는 무차별 칼바람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호황을 맞이했던 금융산업이 경기침체로 축소되는 경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ICT 기반의 금융 시스템과 프로그램의 고도화로 사람이 할 일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과학기술 발전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현재 1명이 5명을 부양하는 능력을 향후 20~30년내 100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로 전환시킬 것이다. 산술적으로 일자리는 20분의 1로 축소되어 대량 실업사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은 11만㎡의 초대형 배송센터에 키바 로봇 3000대를 투입하여 물류비용을 20% 절감했다고 한다. 키바는 제어센터의 명령에 따라 상품을 가득 실은 320kg 선반을 먼 곳까지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어 작업효율도 2~3배 향상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은 드론을 배송에 활용하는 '프라임 에어' 특허를 취득하고 원격조정 드론을 통한 배송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 혁신과 고용인력 감소의 트레이드 오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미래에는 기계와 로봇이 대세이고 사람은 분석력, 판단력, 통찰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국한되어 종사할 것이다. 어쩌면 몇십 년 뒤에 기계화, 자동화, 지능화로 사람이 직업을 갖는 것은 특권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기술혁신과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1등만 살아남는 '대박'을 쫓아 사회정의와 인간관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영광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쪽박'이 있는지,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간발의 차이로 주저앉은 2등, 3등과 약자에게도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바로 그 역할을 과학기술인이 담당해야 하고 성장과 분배를 위한 공평기술, 복지기술, 인간기술의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만 도전정신으로 충전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며, 실패와 성공이 어우러진 창조경제의 역동성이 발휘되어 갈등 없이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과학기술 세상이 구현될 것이다.

임명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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