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아이템도 적절한 시점 놓치면 실패
이용자 혜택 누리도록 과감한 제도 개선 시급
빠른 시간 내 과감하게 문제 해결하는 결단 필요

김승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계정보센터 본부장
김승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계정보센터 본부장

최근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내수부진, 청년 실업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론과 관련해 한국경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넛크래커(Nut-Cracker) 이론이 회자되곤 한다. 5천년 역사 속에 우리에게 위기가 아닌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아무것도 없이 백지장에서 시작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역경이라 할 수도 없을지 모른다.

아주 오랜 역사를 들추지 않고서라도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많다. 1997년 IMF 금융위기에 봉착했을 때나 2008년 세계 경기침체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ICT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도약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천연자원 없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원조공여국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던 점을 잘 살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창조경제의 DNA를 갖고 있는 민족으로 위기 때마다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내고 빠르게 실행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80년대 일본가전 산업이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던 시절, 소니 워크맨으로 상징됐던 일본 가전산업이 디지털화와 함께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는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가전산업이 세계 가전산업을 선도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적절한 시점에 실행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창조적 아이템을 만들고도 잘 살리지 못해서 남의 것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가령 세계 최초로 MP3를 개발하고도 우리 것으로 잘 살리지 못했고, SNS인 싸이월드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세계적인 서비스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에서 위피(WIPI)에 제한되어 ICT 생태계 선도조성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패는 너무나도 많은 기회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은 급변하는 ICT 생태계에서 퍼스트 무버가 된다는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각종 ICT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퍼스트 무버의 지위를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췄다고 후발 국가들에게 자랑만 할 것인가. 진정한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ICT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에서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들에게 방향을 설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과감하게 제도를 바꾸고 이용자 중심으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환경하에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2016년에도 가장 중요해질 ICT 분야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를 손꼽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세상에서 가장 잘 갖춰진 네트워크 환경하에 제일 먼저 실현될 국가로 대한민국을 손꼽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의 식별, 비식별 문제로 성장하는데 난관에 처해있다. 오랫동안의 논쟁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최근의 넛크래커 이론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설이 대두되는 지금,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냥 시간을 끌면서 방치한다면 우리가 선도하려는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선도산업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다른 국가 기업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퍼스트 무버의 지위를 상실한 후에 다시 그 지위에 올라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면 빠른 시간내에 과감하게 이를 해결하는 결단이 필요할 시점이다. 개인정보보호 제도의 옵트인이냐 옵트아웃이냐의 문제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혜택을 봐야 하고, 이용자 중심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육상에서 0.01초가 승부를 결정짓는 것처럼 현재가 한국경제의 위기 해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우리 앞에 놓인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김승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통계정보센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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