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앱'으로 변모 금융과 콘텐츠 팔아야 승자 한국의 넘치는 유동성을 중국으로 투자할 때 매의 눈으로 옥석 가려 고성장 과실 기회 찾아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한국경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아시아의 우등생이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세계성장률의 평균치를 하회했다. 2016년에도 세계평균이 3.3%, 신흥국평균이 5.2%로 예상되는 데 한국은 이대로라면 3% 성장도 어렵다.
한국, 한강의 기적은 어디 가고 세계평균도 못 따라가는 저성장국가로 전락한 것일까. 답은 중국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한국은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에 힘입어 중간재 수출로 대박이 났고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달러박스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 2014년 이후 연속 2년간 대중국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국의 내수도 부동산 규제해제로 반짝했지만 이미 약발이 다했고, 메르스사태로 중국관광객, 요커의 발길이 끊기자 내수도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의 전자, 자동차, 철강산업의 대표기업들도 대중국수출부진으로 인한 실적악화가 뚜렷하다. 중국에서 공급과잉이 심각한 조선, 중공업, 화학 등의 중화학분야에서 한국은 그 여파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심각한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사태가 온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바뀌었지만 한국은 안바뀌었다. 중국은 최근 3년간 제조업의 비중이 42%로 줄어들고 서비스업이 52%로 높아지는, 제조대국에서 서비스대국으로 구조전환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의 제조업이 영원할 것이란 생각에 산업구조전환을 하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위기가 아니라 중국의 구조변화에 제대로 대응 못한 '중국발 한국경제의 위기'다.
미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철강, 화학, 전자, 자동차,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의 비밀은 '규모의 경제'다. 이미 한국의 주력산업은 '3교대의 덫'에 걸렸다. 1인당 소득 3만달러가 넘어가는 나라에서 3교대 산업이 살아남은 역사가 없다. 이들 산업의 특징은 규모의 경제이고 결국 2교대냐 3교대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감가상각비를 2년에 상각하는 기업과 3년에 상각하는 기업의 원가차이는 어지간한 기술개발과 생산성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언젠가 당한다. 한국, 인당 소득 2만7000달러대에서 주요제조업이 모두 해외로 나가고 있다. 컨베이어벨트의 길이로 승부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은 중국이 손댔다 하면 살아 남는 나라가 없다. 세계 최대의 제조업의 나라, 중국과 경쟁하면 언젠가는 당한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대박인 이유는 아직 중국이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IT강국 한국, 중국과 인터넷과 모바일로 그리고 이젠 금융으로 승부해야 산다. 중국, 지금 '앱(APP)화'된 나라다. 핸드폰, 자동차 판매대수에 목숨 거는 것은 하수고 핸드폰 사가는 사람을 잡아두는 '앱'을 만들어 그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와 금융, 콘텐츠를 파는 이가 진짜 고수다. 이것이 성공하면 13억의 모바일 가입자, 7억명의 인터넷가입자가 한국의 시장이다. 중국 지금 모든 것을 '앱'으로 해결한다. 앱으로 식당예약하고, 디디다처앱으로 택시 불러 식당가고, 식당의 메뉴는 아이패드로 하고 대금은 알리페이로 핸드폰 대면 끝이다.
한국의 넘치는 유동성, 중국으로 투자해 제조업이 아니라 돈이 일하게 하면 된다. 중국의 잘나가는 기업에, 한국을 이기는 기업에 투자해서 성장의 과실을 따면 된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알리바바의 대주주는 32% 지분 가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탄센트의 대주주는 34%지분 가진 남아공의 네스퍼스다.
재주는 알리바바와 탄센트가 넘지만 돈은 소프트뱅크와 네스퍼스가 번다. 한국, 제조업에 목숨 걸지 말고 향후 5년, 10년 뒤에 제2의 알리바바, 탄센트가 될 기업을 매의 눈으로 찾아 투자해 중국 인터넷과 모바일 고성장의 과실을 맛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