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2월 1일부터 송금 수수료를 인상한다. 지난해 10월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수수료를 인상한데 이어 신한은행이 동참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현재 영업점 창구에서 100만원 이하 금액을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때 부과하는 1000원의 수수료를 20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10만원 이하 600원, 100만원 초과 3000원 수수료는 동일하다. 자동화기기(ATM) 이체수수료도 올린다.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ATM으로 이체할 경우 수수료를 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한다. 마감 후 수수료와 동일한 금액이다.
신한은행 측은 "일부 창구 대면송금 부분 등에서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대신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급여통장이나 주거래통장 등을 확대하고 있고, 다양한 비대면 모바일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감면 영역도 확장하고 있으며, 탑스클럽 등 신한 멤버십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면제 및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수료 감면 혜택이 높은 비대면 상품을 확대해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에 앞서 한국씨티은행도 지난해 11월 수수료를 인상한 바 있다. 창구 송금 금액이 10만원 이하면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외국계 은행이고 개인고객이 많지 않아 수수료 인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의 평가였다. 하지만 주요 시중 은행인 신한은행이 수수료 인상 대열에 동참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도 은행의 수수료 인상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은행의 수익 악화 등으로 수수료 현실화는 불가피하다"며 "특히 ATM 운영은 2012년 기준 약 844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 일단 ATM과 송금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민에게 충격이 큰 가계금융 관련 수수료보다는 기업금융 관련 수수료 등을 인상하는 등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은행들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이에 합당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수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은행 수수료 책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자율성을 부여한 상태다. 은행들 역시 내부적으로 수수료 인상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며 수수료 인상 수준과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표면적으로 추가 수수료 인상 계획을 밝히는 곳은 없는 상태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과감하게 수수료를 인상한 은행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공공성이 강한 은행업 특성상 최근과 같은 불경기에 수수료 인상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함부로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