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환능력 중점평가·기존부채 포함 '대출억제·수익성 회복' 노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대출상환에도 주력
금융권이 새해 들어 1166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본격적으로 감량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빌려줄 때는 까다롭게, 갚을 때 부담은 덜어 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민 입장에선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신규 대출이 까다로워져 다소 진통도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해부터 각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지난해 10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50조1567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량이 12월에 다소 감소하면서 대출 잔액 증가 추이가 주춤하긴 했으나 잔액 기준으로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1월까지는 가계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출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금리 인상이다. 은행들은 12월 들어 일제히 연간 0.2%포인트 안팎으로 가산금리를 높였다.
그간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됐던 은행들 입장에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수익성 회복과 대출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여기에 2월부터 수도권 지역 은행에서 일제히 시행될 '여신 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도 대출 억제의 중대 요인이 될 전망이다. 새 기준에서는 담보뿐만 아니라 대출자의 총소득 등 '갚을(상환) 능력'을 중점 평가하고 자동차할부금 등 기존 부채도 상환 부담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대출 자체가 다소 까다로워진다.
단순히 대출 억제뿐만 아니라 대출 상환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주요 은행들은 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같은 은행에서 전환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 총액이 0.6%~1%에 달한다. 은행들은 고정금리로 전환하면서 분할상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총액 감소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 내부 방침에 따라 창구에서부터 분할상환의 유용함을 적극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소득공제 혜택이나 총 이자부담 감면 등을 즉석에서 계산해 차액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설득하면 이용자들이 대부분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할상환 전환과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자의 부담은 다소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에서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2%에서 2014년 21.5%로 증가했다. 본격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2015년과 2016년에는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올해 대외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채 금리가 오를 경우 이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서민들은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가계부채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 관리에 나서면서 동시에 서민들이 대출 절벽에 처하지 않도록 저신용 서민계층을 위한 자활·재기·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