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오늘은 2015년 마지막 날.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연말연시 평소 고마운 분들, 보고 싶은 친구들 그리고 직장동료들과 한 잔 하기 딱 좋은 때다. 갤럽조사에 의하면 성인 셋 중 한 명이 주 1회 이상 술을 마시고 있다. "이 세상에 술이 있어 좋다"고 답한 사람은 애주가의 87%가 그렇다고 답했고, 평소 음주 여부에 관계없이 성인 65%가 그렇다고 했다.

회식 자리에는 의례 건배 제의가 있게 마련이다.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 또는 남자는 powerful, 여자는 beautiful, 인생은 wonderful! 이런 건배사도 있다. 가장 흔한 건배제의는 '위하여' 아니면 '원샷(one shot)'이다. One shot은 과연 맞는 영어일까.

영어로 건배는 toast. 건배하다는 그냥 toast 또는 propose a toast이고, 건배사를 하는 사람은 toaster나 toastmaster라고 부른다. 얼마나 One shot!을 많은 사람들이 소리높여 외쳤으면 사전에 이 말이 올라와 있을까. "음료수 등을 한번에 남김없이 마시는 것을 가리키는 bottoms up의 한국식 영어이다." 단체로 생일이나 경사 등에서 건배하면서 술잔을 들이킬 때 많은 사람이 쓰고 있지만 엉터리는 엉터리다. 대표적인 konglish다.

언젠가 옌타이대학 관계자들과 중국 현지에서 회식자리를 가진 일이 있다. 호스트가 일어나서 환영 인사를 하고 나서 간뻬이(乾杯)!를 외치고 바이주(白酒)의 잔을 비운다. 이어서 손님 대표가 똑같이 화답하고 돌아가면서 모두 7번 간뻬이를 한 뒤 술 잔으로부터 해방됐다. 지역마다 음주문화는 달라도 간뻬이, 건배, bottoms up이 갖는 뜻은 다르지 않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영어 toast가 건배의 뜻이 된 것은 와인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앙념발라 구운 빵 조각을 이용한데서(from the use of toasted spiced bread to flavor the wine) 유래했다. 영어 건배는 toast, cheers, bottoms up이 올바른 말이고 "당신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합시다"는 Let's drink to your health! 또는 To your health! "이 대목에서 한잔 합시다"는 Let's drink to this가 되겠다. 독일어에서 온 prosit(prousit)도 종종 쓰인다. "나팔을 불다"는 drink straight from the bottle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젼이나 영화에서 one shot은 "한 사람을 잡은 화면"을 뜻한다. 프레임에 두 사람이 들어가면 two shot, 여럿이 잡히면 group shot이 된다. 또는 연속물이 아니고 한 번만 나가는 1회용 프로그램을 one shot program이라고 한다. 영상물 제작에 있어서 shot은 대단히 중요하다. 카메라의 눈이 잡은 그림 하나 하나가 독립된 shot이고 shot의 연속이 신(scene)을 만든다.

몇 년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는 우리 사회를 가리켜 one-shot society, '한 방 사회'라고 불렀다. "한국사회에 산다는 것은 경쟁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입시, 취직, 결혼 등 모든 것이 경쟁의 대상이다. 경쟁상태는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 은퇴 후까지 지속된다. Fighting이란 구호가 유행할 정도이다". "사실 fighting은 매우 호전적인 구호다. 한국인은 국제무대에서도 반드시 일등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기업의 목적은 '사업보국'이고 노동자는 '산업전사'다. 개인 간의 경쟁은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좋은 대학이 출세를 보장하는 사회를 한 방 사회(one-shot society)라고 비판했다.

You've only go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딱 한 방 뿐이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 한 방 사회의 부작용은 지나친 교육열,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성형강국, 물신주의…. '헬리콥터 맘'의 양산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 현상과 인구 감소로 노동 인구가 줄고 부양 인구는 늘면서 국가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현상을 빗대어 baby-strike라고 표현했다.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와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는 특별법, 소위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까지 준비하고 있으니 새해에는 one shot!으로 한 방 사회의 병폐가 사라질 것을 기대해 본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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