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주가 하락… 투자·사업재편 방향에 촉각 위자료 소송 등 확산땐 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SK그룹 내부뿐 아니라 시장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만약 최 회장 부부의 이혼 문제가 소송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내연녀 김모 씨에게 아파트를 사줬다는 등 부당 지원 의혹이 나오면서 지난 8월 광복절 사면복권으로 모처럼 활기를 찾은 SK그룹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30일 증권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의 편지가 한 언론사를 통해 공개된 이후 주요 SK 계열사 임직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일부 SK 계열사 임직원들은 최 회장과 관련한 보도와 사설 정보지를 공유하면서, 현재 상황과 여론 반응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SK 계열사 관계자는 "사설 정보지에서 최 회장 부부의 불화설에 대해 자주 접하긴 했지만,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이혼 얘기를 할 줄은 몰랐다"며 "위자료 문제 등이 얽힐 경우 사업재편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이 2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주가는 전날 1.57% 떨어진 데 이어 이날에도 약 4% 추가 하락했다. 주력 계열사 가운데서는 전날 가장 많이 떨어졌던 SK텔레콤만 주가가 0.23% 올랐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 나머지 업체의 주식은 대부분 내림세였다.
이는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할 경우 SK그룹의 지배구조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혼외자식까지 고백한 상황에서 이혼소송이 발생할 경우 절반에 가까운 재산을 노 관장에게 내어줄 가능성이 높다. 소버린 사태 등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경영방어에 쓴 최 회장 입장에서는 4조원 이상의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나눌 수밖에 없다. SK C&C와 합병한 이후 현재 지주회사인 SK㈜에서 최 회장 등 최대주주 지분율은 30.9%로, 특별결의 정족수(33%)에도 못 미칠 만큼 지배권은 이미 약해진 상황이다.
여기에 최 회장이 김모 씨에게 부당 지원을 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도덕적 비난뿐 아니라 사법 당국의 조사까지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최 회장이 회사 법인을 이용해 내연녀 김모씨에게 아파트 등을 지원했다는 공금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SK는 업무 차원에서 매입한 아파트이고 김씨가 거주한 적이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내연녀 역시 상당한 재력가이고 자기 소유의 아파트도 가지고 있는 만큼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절차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당장 지배구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의 심정 고백은 자신의 가정사에 대한 오랜 부담을 털어내려는 게 주목적"이라며 "최 회장은 소송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도 전날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최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SK그룹의 공격적인 사업재편 움직임은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최 회장은 복귀 이후 SK하이닉스에 50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OCI머티리얼즈 인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하고 있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로 SK그룹의 시가총액이 계속 줄어든다면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최 회장이 개인사로 경영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비난 여론과 위자료 등의 부담을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