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금융증권부장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우간다, 이기자!' 연말을 맞아 금융권 인사들과 갖은 모임에서 심심찮게 들은 건배사 중 하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내 금융권 수장과의 만찬에서 외친 후 유행이 된 이 건배사는 '우리나라 금융이 간다'의 줄임말이라지만, 속뜻은 아프리카의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빗댄 것으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우간다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BIS)나 부실대출비율은 미국·일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고, 신용카드 이용 비중은 53.9%로 OECD 평균(46.7%)보다 높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24시간 실시간 금융거래가 가능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왜 우리 금융산업은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불명예를 안고 연말 모임의 단골 건배사로까지 전락한 걸까. 이에 대해 금융위는 세계경제포럼(WEF) 등 우리 금융산업을 우간다보다 낮게 평가한 기관들의 경쟁력 조사가 해당국 기업인 대상의 주관적 설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객관적인 수치가 어떻든 간에 우리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한국 금융의 경쟁력은 결국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다행히 올해 국내 금융산업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먼저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을 기치로 업권별 규제를 완화하고 관행을 개선했다. 특히 연초부터 불어닥친 '핀테크'(금융+ICT) 열풍이 연말까지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며 각종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 새 계좌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계좌이동제의 시행과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의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이 대표적이다. 또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모바일카드가 등장해 빠르게 확산했다.

무엇보다 23년 만에 새로운 경쟁자가 탄생했다.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가 이끄는 '한국카카오은행'이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ICT 기술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에 벌써부터 전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불명예를 벗고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우리 금융산업의 기존 판이 너무나도 견조하다.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 모두 앞에서는 금융개혁과 핀테크를 외치고 있으나 뒤에서는 어떻게 하면 기득권을 지킬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금융당국의 방관과 금융회사의 보이지 않는 방해 속에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방증이다.

병신년, 새해에는 국내 금융산업에 금융개혁을 넘어 '금융빅뱅'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권 스스로 변해야 한다. 연말 금융권의 화두 중 하나는 '성과주의'다. 업무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를 도입해 금융권에 만연해 있는 보신주의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금융권 보신주의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탓이 크지만, 반발부터 할 게 아니라 획기적으로 한번 성과주의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

금융 장벽도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 된다. 금융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금융업권 간은 물론 ICT 기업, 나아가 필요하다면 해외 기업과도 과감히 손을 잡아라. 향후 5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은행, 카드사가 존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