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리나라에서 범국가적 건강 및 영양조사가 세 번째로 실시됐을 때 한국성인의 비만율은 30.6%로 열 명중 세 명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됐다(남자 32.4%l 여자 29.4%).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여자 성인 비만율은 변화가 없는데 비해 남자 성인 비만율은 36%정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온다.
미국성인의 비만율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비만의 척도가 되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체중 x 신장-2)가 우리나라는 25를 넘을 때 비만으로 보고,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30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은 비만에 의한 만성질환의 발생률이 그 만큼 더 높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비만에 의해 초래되는 질병발생에 대한 저항성이 서구인에 비해 아시아인은 낮은 것이다. 왜 아시아인, 즉 한국인은 비만매개질환 발생률이 높을까. 그것은 복부비만 특히 내장지방의 축적이 한국인은 높고, 복부비만이 건강에 더욱 해롭기 때문이다.
지방의 축적은 공복시를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의 저장 그리고 추위에 대비하는 방한제로서 또는 피부아래 쿠션으로서 피하에 지방이 축적이 된다. 피하지방의 축적은 지방조직 내에서 염증반응을 적게 일으키며 서양인의 지방 축적은 먼저 피하에 우선된다. 반면 한국인의 지방 축적은 복부 안의 내장사이에 먼저 저장된다. 내장지방이 축적되면 지방조직안에 많은 염증세포가 침윤하며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각종 염증유발물질들(싸이토카인, 아디포카인, 호르몬 등)이 분비되어 여러 질병 발생에 원인을 제공한다.
최근 미국국립보건원에서 비만에 의한 10대 질환을 발표했는데 발병률에 따라 순위를 매기면 1)고혈압 2)당뇨병 3)심장질환 4)혈중 지질 농도 이상 5)각종 암(대장암, 유방암 등) 6)생식기능 이상 7)요통 8)피부감염 9)위궤양 10)간 및 담낭 질환이다. 2011년 조사된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순위를 보면 1)각종 암 2)뇌혈관 질환 3)심장질환 4)자살 5)당뇨병 6)폐염 7)만성호흡기질환 8)간질환 9)각종 사고 10)고혈압이며 이를 통해 비만 매개질환이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비만은 건강에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보고를 했으며, 우리나라 지상파에서 그것을 보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제한된 범위에서의 연구라 그 결과를 정설로 객관화하기는 쉽지 않다. 전술한 바와 같이 그럼 왜 동일한 에너지 과잉에 대해 내장지방의 축적이 아시아인은 더 심한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하나, 유전적 생존 본능이 가미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즉 먹을 것이 많은 종족은 먹은 음식을 대부분 신체 활동에 쓰고 몸에 저장하지 않는데 비해,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은 종족은 춘궁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내장 깊숙이 에너지를 저장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아시아인은 식량이 풍부한 상황에 대한 적응보다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몸이 적응됐다는 것이다. 역사적, 유전적으로 그렇게 적응된 신체가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발전에 의해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지나치게 섭취되는 음식을 진화론적으로 보면 그러한 단기간에 아직은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몸의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해석이 맞다면, 오늘날처럼 계속적으로 먹을 것이 풍부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먼 미래 우리 후손들은 아무리 먹어도 몸에 에너지가 축적되지 않고 과잉에너지를 모두 문제없이 배설하고 몸에서 사용해 버리는 인체로 몸을 진화시킬 것이다. 사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으니 음식과잉섭취가 문제가 아니라 영양실조, 그로 인한 결핵 등의 감염병 등이 더 문제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몸이 음식과잉섭취에 적응 못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비만이 특히 심한 우리나라 인구의 연령은 사춘기까지의 어린이, 사회 생활하는 중년남성 그리고, 폐경기 이후의 여성이다. 많은 학업량에 운동도 못하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학생을 부모들은 좋은 음식이라며 열량 높은 음식을 무제한으로 공급을 하니 비만이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잠을 적게 자니 먹는 횟수도 더 증가할 것이다. 어린시절 비만에 노출된 사람은 성인이 되어 만성질환을 앓을 확률이 열명중 여섯명 이상이라 하니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녀 건강도 걱정해 주는 여유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중년남성의 비만은 우리나라 사회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로 식사를 하며 회의를 하는 회식문화 그리고 많은 양의 음주 때 흡수되는 알코올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서 하루 종일 필요한 열량을 공급하고도 남는다. 음주와 함께하는 안주는 모두 내장지방의 축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비만을 이야기 할 때 꼭 이야기 해야하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저체중과 영양실조이다. 한국의 젊은 여성-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들은 특히 몸매관리에 신경을 쓰고, 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저체중과 영양실조가 더욱 큰 문제이고, 가임여성들의 이러한 위험요소들은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의 건강 위협으로 전달될 것이다.
반면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들은 젊은 시절 여성호르몬의 비만 억제효과가 사라지며, 비만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보단 여성호르몬이 없어진 사실은 간과한 채 여전히 옛날처럼 집안일과 자식일에만 전념하며 운동을 게을리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전체 여성 평균 비만율을 가임여성의 저체중에도 불구하고-높게 유지하는 이유다. 남성호르몬의 점진적 감소도 중년남성의 비만을 초래하는 한 원인이나 여성보다는 그 충격은 크지 않다. 또한, 저소득층과 농촌에서 비만율이 더 높은 것은 음식종류의 차이, 또한, 건강을 돌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의 부족이 원인이 아닌가 한다. 슬프게도 이미 선진국에서는 잘사는 사람은 날씬하고, 못사는 사람은 뚱뚱한 지 이미 오래됐다. 즉 우리나라도 배불뚝이 사장님이 부의 상징인 시절은 지나가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지는 게으른 어른으로 낙인찍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비만과 그로 인한 만성질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선진국과 대등하게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건강수명이 문제이며,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아직 많이 짧은 게 사실이다. 기왕이면 오래 살고, 기왕 살려면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에서 이제 스스로의 허리둘레를 걱정할 때가 된 듯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받은 유전자를 탓하기 보단, 섭취하는 칼로리 양을 조금 줄이고, 운동량을 더 늘리면 된다.
송대규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 (MRC 비만 매개 질환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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