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구 고령화… '집 팔고 빚 갚는' 베이비부머 급증
허재성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네번째), 조정환 금융안정국장, 신호순 금융시장국장 등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세부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재성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 네번째), 조정환 금융안정국장, 신호순 금융시장국장 등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세부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집값 하락을 부추겨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경제 전반의 연쇄부실을 촉발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은퇴 이후 금융부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부동산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부머는 6·25전쟁 직후인 1955년에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다. 앞으로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고령층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하면 부동산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 부동산 가격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65세 인구 비중은 13.1%로, 2018년이면 고령 인구 비율이 14%가 넘는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2060년에는 이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고령 인구는 자산 구조는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55∼74세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은 약 80%이고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경우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85∼115%나 된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를 갚으려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하는 가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65∼70세에 금융부채와 실물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은 대형주택을 처분해 금융부채를 상환하고 소형주택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정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60대 이후 고령층이 가계부채를 디레버리징하는 과정에서 주택 매각이 집중되면 부동산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위험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60대 이상 고령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를 넘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소득은 연금 등 이전소득 비중이 34.3%이고 경기에 민감한 사업소득, 임금소득, 재산소득 비중은 65.7%로 소득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한은은 자산축적연령인구의 감소 규모와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증가 규모가 가장 큰 2020∼2024년에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채 축소가 크게 늘고 이에 따른 영향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한은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10∼2014년 통계를 보면 가계는 자녀의 출가 직후인 65∼70세에 금융부채를 가장 많이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측은 "부동산 시장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 부채의 관리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