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 승객의 심장 마비를 긴급 조치해 한 생명을 살린 고속버스 운전기사의 미담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금호고속(대표 이덕연) 서울-함평-장성 노선의 한재석 기사(48)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말. 서울 호남선 터미널에서 장성행 고속버스가 발차하고 조금 지나 버스가 서초IC를 지날 때였다. 중간 좌석에서 갑자기 초로의 노인 여성이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성은 아프다는 의사표시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몸을 쪼그리고 괴성만 냈다. 좌석의 절반 정도 밖에 차지 않아 옆에 손님도 없었다. 한 씨는 직감적으로 초로 여인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즉시 119로 신고한 다음 다른 승객의 양해를 구한 후 버스를 가까운 만남의 광장 휴게소로 급히 몰았다. 여성을 편안한 자세로 안정시킨 후 119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여성 승객에게 부탁해 여인의 겉옷을 벗긴 후 옷을 느슨하게 한 후 응급조치를 했다.
"초로의 할머니로 보이는데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거예요. 상복하는 약이 있으면 드시게 하려고 했어요. 가슴을 매만지며 심한 고통을 호소해 119 대원이 오기 전에 여성 승객 분께 부탁해 가슴 부위를 안마해 심폐소생을 시도하게 했습니다."
119는 10여 분만에 도착했고, 초로의 할머니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심근경색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초기 징후가 나타났을 때 안정을 취하고 대응을 잘 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초로의 그 여인은 함평에 사는 장모(67, 가명) 씨로 딸네에 들렸다 내려가는 참이었다. 초로의 할머니는 지난 21일 함평 종합버스터미널에 나와 한 씨가 모는 고속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한 달 만에 할머니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한 한 씨는 "할머니의 건강한 모습을 대하니 너무 반가웠다"며 "그 때 빠른 판단을 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씨가 그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아픈 기억이 작용하고 있다. 금호고속에 입사하기 전 한 씨는 모 전자업체의 출근버스 기사였는데, 아침 운전하는 차 안에서 연구원이 앉은 채 숨을 거두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때 돌아가신 분도 심장마비였는데, 어떤 징후나 고통도 호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운전기사로서 승객들을 좀더 유심히 살펴 보았더라면 그 분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금호고속은 한 씨의 슬기로운 대응으로 한 생명을 살린 점을 높이 사 한 씨에게 상을 수여했다. 금호고속 고객행복팀 최 형 과장은 "한 기사님의 위기 대응 행동은 금호고속 임직원들이 평소 지니고 있는 고객 행복 추구 자세가 밖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금호고속은 고속버스회사들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 외에도 다양한 고객안전 및 행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 씨는 "평소 준비했던 대로 위급상황에 대처한 것인데 상까지 받게 돼 앞으로 더 고객을 성심껏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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