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유통업체, 상품 차별화 위해 특별조직 운영 이마트 '비밀연구소' 통해 노브랜드·피코크 선봬 아모레 'ABL' 설립 아시아 시장 맞춤 제품 개발 역발상 전략으로 미래 신성장동력 마련까지 이뤄
아모레퍼시픽 C랩 쿠션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쿠션 기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BGF리테일 상품연구소 연구원들이 편의점 CU에서 팔 새로운 식품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이름이 없는 브랜드를 의미하는 '노브랜드', 원형을 버린 '사각 햄버거', 화장품 원료의 새 장을 연 '콩 에센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고정관념을 탈피해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상품은 기존 개발·생산라인이 아니라 각 기업이 꾸린 '특별 조직'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조·유통업체들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잇따라 특공대 성격의 신조직을 꾸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올해 8월 "세상에 없던 상품을 만들어내자"며 '52주 발명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65일 24시간 내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 고객의 욕구에 부합하는 신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조직은 '비밀연구소'. 무형의 조직으로, 연구소 사무실이나 구성원이 따로 없다. "내가 앉은 자리가 바로 연구소"라는 정 부회장 말대로, 이마트 직원이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상급자에게 보고하면 아이디어가 실용화로 이어지도록 최적의 부서로 연결돼 상품·서비스화를 타진해보는 구조다. 상품화 가능성도 바이어, 고객서비스, 물류 등 이마트 전 부서 전문가가 게릴라식으로 모여 논의한다. 이렇게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 '노브랜드'와 '피코크'다.
노브랜드는 '가격'으로, 피코크는 '상품 품질'로 차별화했다. 상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포장 등 불필요한 비용을 빼 가격을 낮춘 노브랜드는 현재 감자칩, 버터구이, 기저귀, 건전지 등 250개까지 출시됐다. 감자칩, 물티슈, 기저귀 등이 이마트에서 각 카테고리 매출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소비자 반응이 좋자 이마트는 올해 300개까지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정간편식 PB브랜드 피코크는 비밀연구소를 통해 외국 현지 음식으로 품목 다양화를 추진 중으로, 현재 550종류에서 내년에는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이마트 e카드 등 금융상품도 비밀연구소의 '작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제 이마트는 상품을 제조업체에서 받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넘어 역으로 상품을 개발·제안하고 생산하는 제조개발업체로 변신하고 있다"며 "그 요체인 비밀연구소는 앞으로 성수동 본사에 유형의 조직을 꾸려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싱크탱크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편의점업계 최초로 '상품연구소'를 조직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이 먹거리까지 판매하는 채널이 되면서 PB제품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낀 BGF리테일은 상품혁신에 집중할 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11월 30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 들어선 상품연구소는 레시피 연구실, 테스트 키친, 모니터링룸, 베이커리룸 등 상품 출시 전까지의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소화하는 연구개발 설비를 갖췄다. 현재 셰프와 영양사 등 약 15명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품목 확대와 신속한 상품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도 영입할 예정이다.
세계시장에서 K뷰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기술연구원 내에 '아시안뷰티연구소'(ABL)를 설립했다.
스킨케어디비전 강병영 상무가 소장을 맡은 ABL은 인삼, 콩, 녹차 등 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소재를 연구해 아시아 주요 15개 도시의 기후 환경과 피부색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연구소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국가별 특화 상품은 물론 영토가 넓은 중국의 경우 화북, 화동, 화서, 화남으로 권역을 세분화해 각기 다른 쿠션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ABL은 회사 성장동력으로 기대되는 헤리티지 원료도 연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ABL에 이어 올해 7월 인기 제품인 '쿠션'만 집중 연구하는 'C랩(Cushion Laboratory)'도 만들었다. '최초 그리고 최고의 쿠션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조직된 C랩은 에어쿠션을 최초 개발한 최경호 실장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쿠션, 파운데이션, 베이스, 프라이머, 파우더까지 다양한 제형을 개발한 연구원들이 각자의 강점을 모아 글로벌 상품을 개발 중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 이니스프리, 에뛰드, 마몽드에서 각각 다른 베이스 쿠션을 채택하고, 밝은 피부색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니즈를 반영해 화사한 텍스처의 설화수 브라이트닝 쿠션도 내놨다. 라네즈 BB쿠션은 아시아 고객들의 피부를 고려해 모공을 막지 않는 논코메도제닉 제품과 고온 다습한 기후 환경에 적합한 BB쿠션 라인도 개발했다. 세계 각지의 환경, 피부색 등 글로벌 연구 데이터를 축적해 차세대 쿠션과 혁신 제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