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동안 계속했던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0.00%∼0.25%에서 연0.25%∼0.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인상 시점으로 보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시절인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이 마침내 긴축을 본격화했다는 뜻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인상할 것인지에 쏠린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너 차례에 걸쳐 0.75%∼1%포인트 가량 인상하고, 2017년 말과 2018년 말 각각 최대 2.50%, 3.50% 안팎으로 금리 수준을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

미 금리 인상에 따라 세계 경제는 변동성이 커져 쉽사리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리 예고돼 온 것은 사실이나, 인상 단행과 함께 실제 시장에서 전개될 상황은 예측부터 극과 극으로 갈린다. 세계 최대 경제국의 긴축이 가져올 세계적인 저성장과 급격한 달러화 유출 등 신흥국의 충격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수출로 경제를 지탱해온 우리로선 신흥국의 휘청거림 자체가 위협요소다.

일각에선 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방침이어서 시장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상황이나 기초체력이 과거 1997년 금융위기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안심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악재를 호재라고 포장해서는 안될 일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결코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에게 올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냉정하고 알리고, 차분하게 우리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

당장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비롯해 2000조에 이르는 기업부채 등 약 5000조원으로 추산되는 나랏빚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 금리 인상에 이어 우리도 인상을 단행한다면 부채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 강력하게 추진할 것 같았던 '좀비 기업' 구조조정은 미온적으로 바뀌었고, 매달 폭증하는 가계부채 대책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여전히 거대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가계부채 대책은 신규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금리 인상 이후 어떤 폭탄으로 실체를 드러낼 지 우려스럽다. 금융당국도 모르지 않을 일인데, 민심 잃을 게 뻔한 대책은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버린 것 같다.

나랏빚이 폭탄으로 작용해 우리 경제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야 한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도 내수와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정부 정책은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발성이 아니라 최소 향후 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도 그에 대비한 긴 호흡의 정책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하는 경제학자들은 많다. 더구나 우리는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와 외국자본에 취약성을 가진 금융시장 때문에 미 금리 인상의 후폭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가계는 은행금리 올리기 전에 스스로 부채를 줄이고, 국가는 국가 차원의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부실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나라 살림을 좀먹는 위험 요소를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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