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과거 성공 답습하면 한국 사회 위기 도래할 것 잘나가던 반도체 산업도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 정치권-정부-노동계 등 절박한 위기 의식 가져야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얼마 전 '불야성 이뤘던 조선소… 배가 한 척도 없었다'가 1면 톱 기사로 떴다. 요즈음 한국 경제에 대한 염려가 깊어지고 '위기'라는 용어가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10년 만의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의 연일 하락 등도 한국의 수출 환경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외신 및 국내외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는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를 '혼을 잃은 호랑이', '이빨 빠진 호랑이, '기적의 껍질이 벗겨진 한국 경제'로 진단하고 있다.
사실 2010년에 이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기적은 이미 끝났고, 더 성장하려면 어렵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하와이대 미래학자 짐 데이터 교수도 한국이 단순히 과거의 성공 방식을 답습하면 한국 사회의 위기는 더욱 빨리, 심각하게 도래할 것이라며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정부시스템도 정보화 사회인 오늘도 농경사회 당시 그대로다 라며, 미래를 위해서는 백지상태에서 재창조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모두의 '위기 불감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최대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의 말이다.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 죽어 가는지도 모르고 가만히 앉아 있다고 경고한 섬뜩한 메시지다. 그런데 이는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던지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R&D 상황은 어떠할까. '국가 R&D에 대한 큰 그림의 부재', '정부 주도의 경직된 지원 및 관리 체제', '부처와 분야 간의 벽', '복잡한 연구 행정과 규제', '단기성과 중심의 정책 운영', 'SCI 논문 및 특허 중심의 평가', '연구비의 쏠림 현상', '풀뿌리 기초연구 지원 부족' 등 핵심과제들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지만, 매우 느리게 조금씩 개선될 뿐이다.
이러한 환경은 결국 '지난 20년간 열심히 연구비도 많이 따오고, SCI 저널에 많이 발표했지만,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 ', '이 논문, SCI 저널에 나오지만, 누가 읽을지는 모르겠어요 …'라는 연구자들의 토로로 이어졌다. 한편 선진 과학자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는데, 우리 연구자들은 그동안 외국에서 하는 것을 따라가는 연구를 해왔다 라는 비난을 받는다. 이러한 연구는 성공해 봐야 2등 3등에 머물어 새로운 과학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외하고 스마트 폰, 자동차, 조선해양, 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주력 산업의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 당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 1년 만에 반도체도 넘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의 큰 축인 삼성전자가 전에 없이 위기감을 강조하며 "차원이 다른 변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프리미엄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 업체에 바짝 추격당하는 상황에 와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호주 미래위원회의 벽에 걸린 메시지 '위기를 의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는데 아무 일 없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위기를 의식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위기가 오면 정말 위기다.'를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한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이제는 비상한 사람들이 나와서 비상한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비상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한 원로의 말씀이 늘 귀에 남는다.
'반창고만 덕지덕지 붙이지 말고, 한국 경제 과감히 메스를 대라'는 한 신문의 헤드라인은 정치권과 정부, 노동계, 교육계, 과학기술계 등 모든 영역에 시급히 적용해야할 역사적 '격문'이다. 오늘과 미래,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