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일은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린 날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부로 차세대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이끌던 이호수 부사장을 대신해 홍원표 부사장에게 임무를 맡겼다. 이후 이 부사장은 삼성을 떠나 SK로 자리를 옮겼고, 홍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MSC가 2013년 말 해체되며 1년 만에 다른 역할을 맡아야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당시 엇갈린 운명을 맞았던 두 인물은 2016년 IT서비스 업계에서 승부를 벌이게 됐다. 홍 사장은 이달 초 삼성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장에 취임했다. 삼성전자에서 MSC 해체 이후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을 맡으며 해외에서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2선에 물러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업간 거래(B2B) 서비스 브랜드인 '삼성 비즈니스'를 직접 소개하는 등 거시적인 전략 수립과 제시 작업에 참여하며 핵심 역할을 해왔다.
SK주식회사 C&C도 현재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ICT기술전략담당을 맡고 있는 이호수 사장을 IT서비스사업장과 ICT R&D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ICT R&D 센터'는 급변하는 사업과 기술 트렌드(Trend)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IT·ICT 핵심기술을 솔루션화하고,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인공지능(AI) 등을 발굴·준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조직이다.
이 사장도 2014년 11월 말부터 1년 간 SK그룹의 전체 전략을 총괄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룹 전반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략 수립을 총괄에 참여하는 역할을 맡아 SK텔레콤, SK주식회사 C&C, SK플래닛 등이 진행하는 그룹 내 주요 ICT 관련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해 왔다.
두 사장 모두 이번 정기인사에서 나란히 IT서비스 사업의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중책을 맡아 부임했다. 삼성SDS나 SK주식회사 C&C 두 회사는 사업 시작 이래 사장급 인사가 조직 내 2명인 경우는 처음이다. 조직 내부에선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내부 관계자들은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에서 기존 주요 매출원이었던 시스템통합(SI)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올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전년 대비 3.79%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대신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인공지능(AI),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등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인데, 아직 국내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를 거쳐 오랜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두 인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두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하는 만큼 '칼을 가는 심정'이 아니겠느냐"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화두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