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 불안 가중으로 전자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수출에 먹구름이 몰려올 전망이다. 이미 저유가와 경제 불안 가중으로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만큼, 이대로 가면 신흥국발 경제위기의 파도가 국내 산업계 전반에도 그대로 밀려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가중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제유가 내림세를 가속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수출 감소를 예상했고, KOTRA 역시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 대한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자본의 흐름이 신흥국에서 이탈해 안정적인 미국 등 선진국으로 다시 회귀하면서 신흥국의 경기가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신흥국 경기 침체에 의한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까지 누적수출액은 4846억달러로 7.4% 감소한 가운데, 선진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줄었지만 개발도상국 수출은 8.0%나 감소했다.
그 결과 2013년 60%에 이르렀던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58.2%, 올해 10월 말까지 57.8%로 점진적인 내림세를 나타냈다. 브라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감소했고, 러시아(-56.0%), 콜롬비아(-27.1%), 남아공(-15.0%) 등의 수출 부진도 이미 진행 중이다.
무역협회는 수출 부진 예상품목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을 꼽았다. 석유화학 중간원료, 평판디스플레이는 총수출의 90% 이상이 대 신흥국 수출이고, 합성수지(74.3%), 철·강판(67.7%), 반도체(57.7%), 자동차부품(52.9%) 등도 신흥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수출 실적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3분기 말까지 누적으로 국외 매출이 3~4%가량 줄었고, 특히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의 매출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매출은 환율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조금 늘었지만 해외 판매량(11월 말 기준)이 1.4% 줄었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판매 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5% 감소했고, 기아자동차는 같은 기간 무려 32.9%나 판매량이 떨어졌다.무역업계에서는 또 미국의 경우 당분간 수출이 증가하지만, 이후 달러 강세로 미국 제조업이 다시 부진할 경우 대미 수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주요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절하와 일본의 엔저 등으로 국내 기업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밀리고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신흥국 불안에 따른 세계경기 불확실성 증대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투자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함께 구조개선, 규제 완화 등의 노력을 병행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