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금융규제와 달리 새로운 서비스 제공해야
개방 공유 창의가 생명 핀테크는 이제
세상에 도전장 내민 수준 가능성과 비전 기대 커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을 선정하면서 1992년 평화은행 설립 이후 최대의 경사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와 경영을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은행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을 넘겼다. 이로써 은행법이 올해 개정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산업자본 지분보유 한도를 10%에서 50%로 확대하는 것. 다른 하나는 최소자본금을 10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카카오은행 컨소시엄에서 카카오와 케이뱅크 컨소시엄에서 KT의 지분은 각각 10%와 8%인데 4%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기업의 주식보유한도를 4%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인증을 허용하고 지점 없이 서비스한다는 차별성을 지녔을 뿐 또 하나의 은행에 불과하다. 은행은 고객을 보호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차단(CTF)도 중요한 과제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은행은 늘 규제의 늪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정한 핀테크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핀테크는 개방, 공유, 창의가 생명이다. 핀테크는 금융규제와는 거리가 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비트코인처럼 수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화폐가 좋은 예다. 이해 당사자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P2P대출이나 일종의 환치기 플랫폼도 그렇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것도 정보통신 기술의 환상적인 응용분야다. 켄쇼(Kensho)의 워렌(Warren)도 그렇다.

켄쇼는 IBM의 왓슨(Watson)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왓슨은 IBM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생각하는 슈퍼컴퓨터다. 왓슨은 사고능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게 빠른 검색능력과 추론능력을 겸비한 기계다. 이 기계가 유명해진 것은 미국 최고 인기 쇼 프로그램인 '제퍼디'에서 74회 연속 우승한 전설적인 인물 켄 제닝스를 연거푸 꺾으면서다.

켄 제닝스가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10년 이상 보냈다는 게 흥미롭지만 그게 퀴즈를 잘 푸는 데 기여했다는 보고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아무튼 그는 미군방송 AFN을 통해 제퍼디를 즐겨 봤다. 그는 2004년 74연승 하며 그때까지 252만 달러를 버는 등 제퍼디에서만 모두 319만 달러를 벌었다. 또 하나의 제퍼디 강자가 있었으니 그는 브래드 러터인데 그도 제퍼디에서만 445만 달러를 벌었다.

IBM 창사 100주년이 되던 2011년 켄 제닝스와 브래드 러터는 왓슨과 제퍼디에서 다시 한 판 붙었다. 결과는 왓슨의 승리였다. IBM은 딥QA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경쟁자들을 제압했다. 켄쇼의 워렌은 IBM의 왓슨에 해당한다. 워렌은 금융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들이 제시하는 질문에 답해준다. 워렌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을 연상시킨다.

과연 왓슨이나 워렌은 질문에 답할 지능이 있는 것일까. 여기서 지능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순환질문에 빠지다 보면 정작 왓슨이나 워렌을 만들 수 없다. 참고로 캐글(www.kaggle.com)이라는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미국 8학년 과학문제 풀이 문제 AI2를 보면 왓슨이나 워렌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AI2는 퀴즈 스타일의 사지선다형 과학문제와 정답을 제시한다. 도전자들은 제시된 과제를 바탕으로 문제풀이 능력을 배양한다. 그 풀이방법을 가지고 진짜 문제를 푼다.

필자는 고려대 빅데이터응용 및 보호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문제를 푸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컴퓨터가 문제를 이해할 리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답을 찍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했다. 주어진 문제와 답을 바탕으로 핵심 키워드를 찾아 검색엔진을 돌린다. 과학교과서와 위키피디아 등에서 의미상 가장 가까운 무엇인가를 찾아 찍는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구글 번역기처럼 뭔가를 제시하지만 그게 정말 답인지 모른다. 그런데 신기한 게 마구잡이로 찍었을 때의 확률 25%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답을 맞춘다. 지능 비슷한 게 있다는 의미다. 현재 가장 잘 푸는 도전자 소프트웨어가 54% 정도를 맞춘다. 비트코인이나 켄쇼의 워렌 같은 것을 보면 핀테크는 이제 겨우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정도다. 인터넷전문은행이나 간편결제가 핀테크의 모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핀테크가 보여줄 가슴 설레게 하는 비전이 기대된다.

김형중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