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선박, 철강, 가전 등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던 품목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인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을 육성해 국내 산업의 체질을 바꿔보자는 '창조경제' 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번 창조경제 정책으로 국내 벤처기업 수는 2005년 9732개에서 지난 9월 3만464개로 사상 최대가 됐고, 벤처캐피탈의 벤처투자금액도 2005년 7573억원에서 지난 9월 누적 1만53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벤처기업의 단순 양적인 팽창이 아니라 질적인 면도 상당히 성숙돼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단, 걱정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투자금액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을 경우 벤처투자조합의 만기가 찾아오는 몇 년 뒤 오히려 벤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회수 방법은 인수합병(M&A)이 70%, 기업공개(IPO)가 3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M&A를 통한 회수가 2% 이하에 불과하며, IPO 20%, 상환·장외매각이 50~60%이다. 즉, 펀드 만기 시까지 IPO가 안될 경우 투자금 상환을 통해서 회수를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투자금이 많으면 미래에 벤처기업이 상환을 해줘야 할 대금이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M&A가 빠진 기형적인 국내 벤처캐피탈 회수시장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창조경제 정책이 미래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벤처 투자 회수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M&A에 대한 인식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기업 M&A는 적극적이면서 국내 기업 M&A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대기업은 많은 돈을 들여 국내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자체 연구인력을 활용해 같은 제품 혹은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중복투자를 불러일으키고 벤처생태계에도 좋지 못한 선택이다. M&A를 대하는 벤처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문제다. 벤처 오너들은 기업을 마치 자신과 가문의 유산인 것처럼 생각하고, 내 회사를 판다는 것은 강자에게 정복당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창업주가 자기 회사를 팔면 함께 고생한 직원을 버리고 먹튀를 한다며 손가락질 한다. 기업은 영원할 수 없고, 창업주는 회사를 어느 궤도까지 올려놓은 후 적절한 매수자에게 적당한 가치에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중복투자를 없애주고 대기업과 벤처생태계가 공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책의 지속성이다. 현 정권의 창조경제 정책이 다음 정권에서도 꼭 유지돼야 한다. 창조경제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둔갑하더라도,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방향을 잃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벤처는 태생적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성공한다면 파급력은 엄청나다. 우리 벤처생태계가 선순환 된다면 지속성장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규정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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