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급격 수요부진 2009년후 첫 마이너스 예측 메모리 시장 공급과잉 지속… 가격 낙폭도 커져 중국업체 이어 인텔까지 진출 악재 위기감 증폭
올 한 해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던 세계 반도체 시장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역성장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시장 진입과 인텔 등 시스템반도체 강자들의 메모리 시장 진출이라는 악재를 만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0.9%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률과 비교하면 1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문제는 내년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 경영진이 예측한 대로 내년에는 급격한 수요 부진으로 인해 2009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보릿고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내년 0.6%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초 메모리 시장의 저성장 국면을 주도했던 PC 시장 수요는 바닥을 찍고 되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정작 D램, 낸드플래시 등 주요 범용 메모리 가격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8% 성장할 전망이지만 공급과잉 상태가 좀처럼 해소하지 않으면서 D램, 낸드플래시 가격 낙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시장 규모 역시 내년에는 7% 수준의 하락이 점쳐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비해 지난 3분기 초부터 이미 공급 조절에 돌입했고 내년 시설투자 역시 최소한으로 집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업체 고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시장은 과거와 달리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도에서도 공급 조절의 '약발'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기술력과 무관하게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고민할 시기가 됐다"고 조언했다.
이 가운데 중국 칭화유니그룹과 미국 인텔의 메모리 시장에 대한 도전은 적잖은 부담이다. 특히 칭화유니그룹의 경우 메모리 시장에 대한 접근법이 당장 수익성보다는 '산업육성'에 맞춰져 있어 과거 일본의 엘피다나 대만의 난야 같은 업체보다 더 어려운 상대다. 정부가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한 적자를 고민하는 일반 업체와는 생리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앞서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1조위안(약 18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강자인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한 바 있다.
인텔의 경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바탕으로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개발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D램은 국내 반도체 업계 최대의 수출 품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중국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투자를 가속화 하는 것은 다른 메모리보다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며 "인텔과 중국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서로 제휴하는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맺게 될 경우 메모리 산업 위기가 더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