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의 말보다 가치가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현대 의학에서도 수술 없이 사람의 몸 속을 보여주는 영상 기술이 의료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몸에 이상 소견이 있거나 건강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영상 검사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찍게 되는 사진은 일반적으로 X-ray, CT, MRI 영상이 대표적이며 질병 발견에 작은 형태 변화를 찾는다. 최근 의학이 고도로 정밀해짐에 따라 더 작은 구조 이상을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세포 수준의 분자 표적을 조기에 특이적으로 보여 주고 수치화하는 분자영상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분자영상은 질병과 관련된 진단 및 치료표적을 보여 주기 위해 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한 극소량의 방사성의약품을 인체 내 투여하고 외부로 방출되는 방사선의 전신 분포를 검출하는데 과거에는 영상기기의 성능이 좋지 않아 예민하게 검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첨단분자영상기기인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이 임상 진료에 도입돼 암, 심장 질환, 치매 및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핵의학과에서 PET을 찍었다는 표현이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것도 분자영상이 정밀의학을 추구하는 현대의학에서 비중이 커짐을 보여 준다.
PET은 우리가 흔히 전자라 부르는 음전자와 반대로 양전하를 가진 양전자를 방출하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체내 분포를 감지하는 최첨단 영상 기기다. 양전자는 생체 내에서 음전자와 반응하여 소멸 현상을 일으켜 에너지 형태로 환자로부터 방출된다. 이 방출된 에너지를 PET 기기를 이용하여 검출하고, 검출된 숫자 정보를 3차원 공간에 영상으로 재구성하면 우리가 볼 수 있게 된다. 90년대 후반부터는 PET과 CT(computed tomography)를 결합한 형태의 PET/CT가 개발되어 기능 및 해부학적 정보 제공이 한 영상에서 가능해졌고 전신 촬영 시간이 10~15분으로 빨라져 환자 편의성이 한층 더 증가됐다. 이 짧은 시간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침결정을 위한 필수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영상이 진료에 미치는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바이다. 뿐만 아니라 분자영상은 숫자를 영상화했기에 정보의 정량분석을 통해 영상분석 분야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의료를 구현해 생존률 증가, 의료비의 비용효과 증가 등의 가치가 있다.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경우는 현재는 암에 대한 평가다. 다양한 방사성의약품을 환자 필요에 맞게 골라 선택할 수 있으나 가장 보편적인 것은 포도당 유사체(Fluorodeoxyglucose)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F-18을 표지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암은 여러 가지 이유로 포도당을 선호해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한 포도당 유사체를 투여하고 PET을 찍게 되면 마치 하얀 도화지에 까만 점을 찍어 놓은 것처럼 암을 보여 준다. 뿐만 아니라 전신 영상이므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분의 전이라든지 다른 부위의 원발성 악성 종양을 발견해 가장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마찬가지로 치료 효과를 평가하거나 재발의 조기 발견에 있어서도 유용성이 크다. PET 사진은 다른 영상과 달리 보고자 하는 표적만을 3차원으로 보여 주는 쉬운 영상으로, 복잡한 구조의 의료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나 가족 등에게도 질병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쉬워 의사와 환자 간 정보 공유와 신뢰 형성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크고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많을수록 치료 가능성은 낮아진다. 의사도 환자도 사진을 보면 현재 놓인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최선의 치료를 위해 함께 고민하게 된다.
흔히 암을 장기별로 구별해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으로 분류한다. 장기 중심의 분류는 표적 치료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추가 분류가 필요해졌다. 같은 치료표적이 서로 다른 다양한 암에서 존재할 수 있어 요즘은 장기 중심의 암 분류와 더불어 어떤 표적이 발현된 암이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쓴다. 물론 치료제를 쓰기 전 표적 발현의 유무는 분자 영상이 보여줘야 한다. 표적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약을 쓰도록 유도하고 효과를 조기 평가해 적절한 다른 치료를 병용하고 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 환자를 보호하고 생명연장에 기여하는 것이 분자 영상이 구현하고자 하는 미래 의학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다양한 치료 표적이 존재함을 보여 줄 수 있는 특이적 방사성의약품의 개발이다.
윤미진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 (MRC 대사조절 유전체 통합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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