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하는데 정제마진은 7달러 후반대 반등
'저유가 = 수익하락' 공식 깨져
20달러선 하락땐 수익악화 가능성
업계 "추가하락 부정적" 예의주시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급락했지만, 정유업계의 수익성과 직결하는 정제마진은 오히려 반등하고 있다. 구매하는 원유 가격은 싸지고 석유제품을 팔아 거두는 수익은 더 높아지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업계는 다만 저유가 상황이 길어지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발생해 결국 석유제품의 수요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소위 '알래스카의 여름'이 곧 끝날 수 있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전체 원유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7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0.76달러 내린 배럴당 38.35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같은 날 전 거래일보다 2.32달러 급락한 37.65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2.27달러 내린 배럴당 40.73달러로 집계됐다. OPEC 감산 합의 실패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 하락에도 정제마진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배럴당 6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같은 날 7달러대 후반까지 반등했다. 지난달 초 7달러대 초반에서 꾸준히 오르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같은 달 말 10달러 선을 돌파한 뒤 잠시 조정기를 맞았지만, 수요 증가 등으로 다시 반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정유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유례없는 호황으로 꼽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유국들의 가격 인하 경쟁은 정유업계의 원가에 도움이 되고 있고,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는 구매력을 상승시켜 정제마진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1조원대 후반,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1조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상당히 긴밀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업계는 그 이유로 과거에는 OPEC을 중심으로 원유 생산량이 조절되는 가운데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움직였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은 그보단 국제관계나 투기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유업계에서도 유가가 더 이상 떨어지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유가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와 이란·이라크의 본격적인 원유 수출 등의 변수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이미 최근 유가 급락으로 재고손실이 일부 발생했고, 만약 유가가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경우 작년과 같은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업계는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PEC 회원국의 감산 불발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고, 40달러 이하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단 내년 말까지 공급과잉은 지속하고 내년 평균 유가는 50달러대 초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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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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