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혁신 역량 위해 글로벌 융합 R&D 추진
중소중견기업 해외 진출 글로벌 연구센터 설립해야
국가간 협력 이끌어 신뢰와 리더십 확보할 때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한국, 승승장구하는 동안 일본 정체" "2017년 이후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무역 4강에 진입"

이처럼 자신감이 묻어나는 두 문구는 우리나라 대표 언론사의 경제 전문지가 뽑은 헤드라인이다. 물론 2~3년 전인 2012년, 2013년의 일이었다. 세계가 부러워했고, 우리 어깨가 절로 올라갔던 소위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는 일본이 처한 문제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추격자 전략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왔지만, 1990년대 선도자로의 전환에는 실패했다. 또 손쉬운 내수 시장이라는 함정에 빠져 글로벌 시장을 등한시함으로써, 한국의 삼성, 현대, LG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R&D 문화를 개선해 글로벌 개방형 혁신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이 몇 개월째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잠재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져 2% 수성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코너에 몰린 것일까. 어떤 전문가는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인구절벽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또 다른 전문가는 작년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25% 이상을 받아 주며, 우리 경제를 받쳐 온 중국 경제의 경착륙 조짐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가 일본에게 건넸던 조언이 바로 2015년 우리를 위한 답이 아닐까.

올해 벽두부터 과학기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R&D 혁신'에서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것 중에 하나가 '글로벌 협력'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세계과학정상회의'의 마지막 행사로 열린 '대한민국 과학발전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문제와 무한히 확장되고 있는 지식의 프론티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순 국제협력을 넘어선 글로벌 융합 패러다임 구축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합의를 도출했다. 필자도 기조발표를 통해 R&D혁신의 방안으로 글로벌 협력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다만 글로벌 협력은 상대가 있기에 명확한 목표와 윈윈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이에 다음 세 가지 추진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혁신 역량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융합 R&D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은 융단폭격을 하는 반면, 우리는 집중폭격을 함으로써 비용 대비 높은 R&D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추격형 연구는 집중 폭격이 가능한 반면, 선도형 연구는 융단 폭격 형태일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 정부 R&D 규모는 18조9000억 원으로 놀랍게도 국방 예산의 50%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10배를, 중국은 4배를 투자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투자 규모가 미래기술을 선도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뇌 분야나 우주 등 기초·대형 연구분야에 대한 미래기술 프론티어의 연구범위를 미국 등 선진국가와 역할을 분담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글로벌 협업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로 글로벌 융합 R&D 프로그램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또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거나 예상되는 국가적 현안은 다른 나라의 연구 역량을 활용해서라도 조속히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중소중견기업 등이 세계로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연구센터의 설립을 본격화해야 한다. 사실 세계는 시장과 인재가 있는 곳에 경쟁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시장과 유능한 인재가 집결하고 있는 중국에는 인텔, IBM, 마이크로소프트, GM, 바이엘 등 세계 유수기업의 연구소가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세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화웨이, 샤오미, 알리바바, 휴먼웰 등 중국기업은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이 중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출연연인 KIST가 독일 자르브뤼켄에 'KIST 유럽(연)'을 설립해 EU 시장·기술동향 자문 등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계의 EU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뛰어난 해외 연구인력의 유입은 물론, 국내 기업의 세계 진출을 지원하는 전진기지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는 R&D거점 마련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범지구적인 이슈에 가장 취약한 국가이다. 가장 극심한 온난화 현상을 겪고 있으며, 청명했던 가을 하늘은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였고, 에너지 안보는 너무나 취약하다. 환경, 에너지 등 범지구적 이슈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범지구적인 이슈에 대해 룰 세터(Rule Setter)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래세대의 먹거리가 될 블루오션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에 있어 선제적이면서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신뢰와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우리 최초 출연연구소 KIST를 모델로 베트남에 설립되고 있는 V-KIST 사업과 같은 신뢰와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야구 국가대표팀이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과의 결승도 통쾌하기 그지 없었지만 더 우리를 흥분시켰던 것은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전이었다. 8회말까지 0-3으로 끌려가다 9회초 대거 4점을 결승에 진출했다. 우리의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도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세우는 짜릿한 역전극을 이뤄내기를 바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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