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닷컴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차세대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던 실리콘밸리의 유망 스타트업들이 잇달아 추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해 트위터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카메라 앱 서비스 프론트백이 지난 7월 폐업했고, 9월엔 아이디어 신제품 발명 업체 쿼키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한 때 기업 가치가 18억 달러에 달했던 메모장 앱 서비스 에버노트는 인력의 13%를 감축하고 대만·싱가포르·러시아 등 해외 지사 3개를 폐쇄했다. 트위터, 드롭박스 등 거대 닷컴의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도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표적이 되고 있는 기업은 벤처연합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다. 일부 호사가들은 2000년대 초반 1차 닷컴 붐 당시, 벤처연방제라는 모델로 시가총액 1조 원을 돌파하다 한순간에 고꾸라진 리타워텍까지 들먹이며, 벤처연합 모델 자체를 금융 사기의 변종 쯤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벤처연합 모델에 닷컴 버블의 원죄가 있는 것일까. 내 대답은 "단연코 아니다"이다. 이들 기업이 '날개 꺾인 유니콘'으로 급추락한 이유는 몸값에 걸맞는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출액이나 수익 등 안정성은 뒷전인 채 장밋빛 성장성에만 기대, 몸값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 그 원인이다.
인수합병(M&A)를 토대로 한 벤처연합 모델은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경영 방식이다. 세계 최대 광고·마케팅 기업으로 꼽히는 WPP그룹과 세계 3위 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대표적이다. 플라스틱과 철사 바구니를 만들던 WPP는 1985년 광고회사 사치앤사치 출신의 마틴 소렐이 경영권을 인수한 후 JWT, 오길비앤매더 등 굴지의 광고회사들을 잇달아 M&A하면서 광고회사로 탈바꿈했다. 소렐은 WPP 인수 후 3년 동안 18개의 회사를 M&A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외형을 확장해 현재 WPP를 세계 27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광고·마케팅 제국으로 성장시킨 상태다.소프트뱅크 또한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특히 시장 하위 업체들의 경쟁력을 결집해 리더로 뛰어올랐다. 각각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연합의 모습을 가진 기업의 형태다. 최근 국내 재계에서 기업 성장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주목받는 스몰딜(Small M&A) 역시 넓은 범위에서 보면, 기업연합의 한 유형이다. '얼라이언스 M&A'라는 고유의 성장방식과 안정성의 토대 위에서 성장성을 추구하는 벤처연합 기업인 오백볼트(500V)의 구성원으로서, 벤처연합 모델이 부실과 거품의 온상인 양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해외에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M&A를 통한 기업연합 모델의 성공 사례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실패 사례에만 눈 먼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플랫폼의 시대에 연합(통합과 협업)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데 말이다. 기업이 창업 후 상장(IPO)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유럽연합 6.3년, 이스라엘 5.9년, 미국 5.0년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11.9년이나 걸린다. 그나마 한국에서 상장에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3.47%(2014년 기준)에 불과하다. 창업한 기업이 M&A를 통해 투자 회수(엑시트) 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 엑시트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은 불가능하다.
500V가 출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기 기업들에 대한 엑시트 방법을 다각화하고 엑시트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국내 기업 생태계와 투자 생태계를 혁신하는 것이 500V의 목표다. 이를 위해 500V는 1년 6개월을 주기로 50개의 기업을 모아 빠르게 엑시트시키는 '1.5년 패스트 엑시트' 전략을 활용한다.현재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대에 달하는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는 모두 1차 닷컴 붐 세대의 기업이다. 당시 무성했던 닷컴 비관론과 혹독했던 닷컴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리는 안목을 갖는 것이다. 조심하고 주의하는 것은 약이 되지만, 지나친 경계와 의혹은 병이 되기 마련이다.
송원규 오백볼트 부사장 겸 시너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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