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1일, 중국 베이징 알리바바 '광군제(光棍節·솔로데이)' 행사장에서는 하루 종일 함성이 끊이질 않았다. 8초 거래액 180억, 1분 20초 1800억, 12분 28초 1조8000억…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1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는 전 세계 4만여 개 업체가 참여했고 232개국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섰으며 총 매출은 작년대비 60% 이상 성장한 16조5000억원, 물류 배송 주문 4억6700만건 등 경이로운 기록들이 쏟아진 글로벌 쇼핑 축제로 그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쯤 되면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를 넘어선 세계 최대의 대목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번 광군제 성공의 뒤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모바일 거래 비중의 폭발적인 증가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이번 광군제에서 전체 구매자의 68.67%는 모바일로 상품을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모바일 시장점유율은 작년 20~30% 수준이었으나 현재 티몰(Tmall) 내 온라인 상점 체감으로는 70~80%대를 육박하고 있다. 1년 새 변화 치고는 너무 빠르다. 이는 샤오미 등 저가 휴대폰의 공급으로 인한 스마트폰 보급량의 상승과 전자상거래 업체의 모바일 쇼핑분야 체계 개선 및 할인 이벤트 등 적극적 홍보활동이 모바일 쇼핑 시장확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모바일 거래량 증가는 기존 1~2선 도시 중심에서 이루어졌던 온라인 소비시장이 3~4선 도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는 데도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발표한 광군제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소비를 한 도시 10위권에 3선 도시인 푸저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중국 유통 실력의 재조명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당일 베이징 한복판에 종합상황실을 차려놓고 구매현황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외국인 스타까지 초빙해 쇼핑행사를 축제로 만들었다. 10개월 넘게 행사를 준비해 600여 만개 품목을 확보했고, 평균 할인율을 50%까지 낮췄다. 이는 정부 연출로 허겁지겁 준비해 반짝 소비에 그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초라한 성적표와 크게 대비된 모습이었다.
실제로 중국 유통 시스템은 한국보다 2~3년 이상 앞서있다. 당일 주문하면 빠르면 당일 오후, 그 이튿날 거의 도착한다고 보면 될 정도다. 중국 휴대폰 제조기업 샤오미(小米)의 경우 당일 도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국 온라인상점에서는 품절이 다반사지만 중국은 고객이 주문을 완료했는데 품절됐을 경우 신고하면 상품대금의 30%를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까지 갖춰져 있다.
이처럼 이번 중국 광군제는 국내 유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일각에선 소비를 부추기는 '독'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내수침체로 골머리를 썩히고 있던 국내 업체들에게는 뜻밖의 럭키박스와 같았던 11월로 기록됐다.
세계 소비바람이 지금 한 곳으로 쏠리고 있다. 과거 찬란한 세계무역의 중심을 이끌었던 실크로드가 온라인으로 다시 부활했다. 쇼핑행사 하나로 이런 거창한 칭호를 붙이기엔 좀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이미 전 세계인들은 대륙의 실수를 대륙의 축복이라 칭해가고 있지 않은가.
송종선 에이컴메이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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