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SKT, 신세기 인수가 '첫 신호탄' 2010년 쓰리콤 합병 후 '이통3강' 고착화 이통 1위 - 케이블 1위 사업자간 '빅딜' 내년 SKT,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주목'
최근 방송통신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입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케이블TV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말 그대로 '빅딜'입니다. SK텔레콤은 내년 4월 완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시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알뜰폰(MVNO) 등을 서비스하는 통신 사업자입니다. 그만큼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방송통신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방송통신 상품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격하게 반대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지요.
일단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과거 주요 인수합병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된 지 꼭 30년이 되는 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동통신 3사 체제는 언제부터 시작했을까요? 지금은 3개 사업자만 남아 이동통신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1990년대 중후반에는 무려 5개 사업자가 경쟁을 벌였습니다. 2G 이동통신(셀룰러)에서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이후 나온 2.5세대 PCS에서는 한국통신프리텔(KTF), LG텔레콤, 한솔PCS가 선수로 나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쳤지요.
지금이야 010번호로 통합됐지만, 예전에 쓰던 01X 번호 기억하시나요? 한국이동통신은 011, 신세기통신은 017, 한국통신프리텔은 016, 한솔PCS는 018, LG텔레콤은 019 번호를 썼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마다 각자 번호를 전면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었죠. '스피드 011', '원샷 018' 등의 광고카피가 기억날 것입니다.
본격적인 인수합병의 신호탄은 SK텔레콤이 쏘아 올렸습니다. 한국이동통신은 선경그룹(현 SK그룹)으로 편입된 후 SK텔레콤으로 이름을 바꾸고, 1999년 12월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도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43%의 1위 사업자로, 3위 신세기통신을 합병하면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쟁사들은 당연히 독과점 우려를 제시하며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인 200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 6월말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린다는 조건을 걸고 인수를 승인했습니다. SK텔레콤은 공정위의 조건을 충족시킨 후 다시 점유율 50%를 넘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한국통신프리텔 역시 2000년 6월 한솔PCS(한솔엠닷컴)을 인수한 후, 2001년 사명을 KTF로 바꿨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공식후원사를 맡은 KTF는 '코리아 팀 파이팅(KTF)'으로 전 국민에게 사명을 각인시키기도 했습니다.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역시 같은 해 민영화를 통해 KT로 사명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KT가 KTF를 합병하게 됩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죠. 당시에는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유선통신 지배력을 이동통신 시장으로 전이시킨다며 반대를 했지만, 합병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LG텔레콤 역시 합병을 통해 지금의 LG유플러스가 탄생했습니다. 지난 2010년 1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가 합병한 것입니다. 지금도 흔히 '쓰리(3)콤 합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강 구도로 고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지속적으로 경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의 2011년 알뜰폰 도입, 제4 이동통신 추진 등도 경쟁 활성화를 위한 것입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조만간 SK텔레콤이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두 회사의 인수합병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통신사 M&A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