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CJ헬로 인수' 격론
찬 "방통융합 세계 흐름… 규제, 시장경제 위배"
반 "독점체제 불보듯… 케이블 산업 위축 우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싸고, 업계 이해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공개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회사의 합병이 방송통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길인지, '공룡 사업자'가 탄생해 공정경쟁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우상호·정호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학계와 정부, 방송통신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시장 진단과 해법에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인수 찬성 측에서는 미디어 산업의 세계 경쟁력 확보할 길을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훈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 유료 방송시장은 과포화 상태로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이 7000원 수준이어서, 해가 갈수록 투자력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은 기본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화 과정인데, 우리나라가 뒤처져있는 콘텐츠와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 제한성과 지배력 전이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용자 보호와 양질의 서비스 등 이용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 당사자인 SK텔레콤은 해외 사례를 들며 포화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주장했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통신망 고도화와 스마트미디어 발전으로 방송통신 융합이 세계 추세로 자리 잡았다"며 "해외 통신방송 기업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AT&T의 디렉TV 인수,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캐널플러스 인수, 보다폰의 오노 인수, 독일 보다폰의 카벨 인수 등 통신사가 방송사를 인수한 사례를 들었다.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는 "과포화와 파편화가 심한 시장에서 사업자 간 인수·합병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 반대 측에선 두 회사의 합병이 시장에 끼칠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독점 시장이 되면 결국 생태계 내 모든 사업자 경쟁력이 저하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결국 전송망과 서비스 중심축이 통신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케이블 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방송 시장을 구분해 놓은 기본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는 허용하더라도, 플랫폼 소유규제와 다수 방송면허 보유 등 발생할 문제들을 검토해 합병은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결국 방송서비스는 통신서비스의 부가 상품이 될 것이고, 콘텐츠 다양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KT는 해외사례를 두고 SK텔레콤과 정 반대 시각을 드러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세계 방송통신 시장에서 사업자 수 감소가 투자증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요금인상만 초래한다는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 정부는 인수합병을 허용한다해도 정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T&T의 디렉TV 인수 건의 경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6000개 학교를 비롯한 1250만 개 광가입자 망 구축을 의무로 부과했고,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캐널플러스 인수 때도 프리미엄 채널의 도매제공 의무화를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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