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쏘카 등 대규모 투자를 받은 벤처가 또 다른 벤처를 투자·인수하는 사례가 점차 늘 전망이다. 과거에는 투자받은 금액을 대부분 광고나 홍보·마케팅에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 벤처들은 관련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잠재적 경쟁자인 대기업에 맞서 세력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 투자로 풀이된다.

25일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는 차량 또는 공유경제와 관련한 유사 서비스 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쏘카는 지난 24일 SK 등으로부터 650억원의 투자 유치를 확정지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80억원 유치에 이어 1년 만에 5배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쏘카는 이번 투자 유치액 중 일정 부분을 광고나 마케팅에 쓸 계획이지만, 그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쏘카가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하거나 함께 도울 수 있는 벤처에 투자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위해 차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직 정확한 투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관련 업체를 눈여겨보고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쏘카뿐 아니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미 관련 업체 투자와 인수합병을 올 들어 활발히 진행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 컨소시엄으로부터 400억원 가량 투자를 유치한 후 광고 대신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했다. 2월 모바일 식권 서비스 업체인 '식권대장'에 3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배민프레시'(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배민브라더스'(음식 배달 대행 서비스) 등 관련 업체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들 벤처가 다시 벤처를 인수하는 사례도 만들었다. 자회사 배민프레시는 최근 반찬 온라인 쇼핑몰 '더 푸드'를 인수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다양한 관련 업체들은 투자, 인수하는 중이다.

벌써 업계엔 우아한형제들 '패밀리' 회사가 늘고 있고, 쏘카 역시 관련 벤처에 투자하면서 세력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네이버, 다음 등 대기업 출신들이 창업하면서 '네이버 키즈', '다음 키즈'를 양산했다. 그러나 이젠 음식, 차량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O2O) 벤처들의 입지가 넓어지면서 'O2O 벤처 키즈' 등장이 예상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에 맞춰 계속해서 관련 벤처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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