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총요건 2000억원 → 1000억원으로 완화 추진
내년 상반기 시행… 부실기업 난립 투자자 피해 우려도

내년 상반기부터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의 요건만 충족하면 적자기업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더 많은 성장 유망기업에게 자금조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부실기업 난립으로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대형법인 상장 관련 외형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수립, 향후 금융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수립한 방안의 골자는 대형법인을 대상으로 코스닥 상장 시 적용하는 현행 시가총액 기준을 절반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2013년 거래소는 대형법인 상장제도를 신설하고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이거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자본잠식 및 계속 사업이익 시현에 대한 요건을 면제했다. 즉, 적자 기업이어도 자기자본 1000억원 또는 시가총액 2000억원 기준을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이 제도는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시장의 체감온도는 달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형법인 상장제도 신설 이후 현재까지 이 제도로 상장을 신청한 기업은 없다"며 "현재 기업 수준에서 자본금이나 시가총액 기준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번 개선안을 통해 시가총액 기준을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낮춰 규모가 더 작은 적자기업도 상장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거래소의 의도로 보인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대형법인 상장제도뿐 아니라 기술성장기업 제도를 통해 기술력이 인정되면 적자 상태여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자금조달이 선행돼야 하는 기업, 혹은 연구·개발(R&D) 비용 탓에 일시적 적자 상태에 있는 유망기업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7월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도 "중견기업 중 자기자본 1000억원, 시총 2000억원 이상은 적자 상장 가능하고, 중소벤처 기업은 기술성을 인정받으면 적자상장이 가능한데 이 중간에 있는 기업들은 상장이 안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이들 기업도 상장이 가능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IT버블 이래 다소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02년 150곳에 달했던 코스닥 신규 상장사수는 2003년 70곳, 2004년 48곳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1년까지 50~60곳 수준을 유지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에는 26곳까지 줄었다. 이후 2013년 38곳, 201년 43곳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적극적인 상장유치의 결과로 다시 80곳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매출이나 이윤이 없어도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기 때문에 상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옥석가리기 작업을 강화하는 것, 즉 자율성을 살리되 시장 운영의 묘를 얼마나 잘 가져가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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