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소기업 실정 보면 중기 판정 매출액 규모가
현실성 떨어진다는 우려 선진국의 기준에 따른
종업원-자본금-매출액 등 동시 고려한 정책 필요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4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이루어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해 왔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는 실기하지 말고 구조개혁을 이뤄야한다는 그 절박함의 표출이다. 그러나 4대 구조개혁이라는 너무 큰 틀의 과제에 매진하다 보니, 곳곳에 산재해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미처 여력이 못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교적 멀쩡하던 법을 개악하여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만든 중소기업 판정기준은 반드시 새로 손을 봐야 한다.

한국은 사업체 수 99.9%,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의 위상을 높게 보지만, 사실 중소기업의 고용인력이 너무 높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임금, 근무환경 여건이 대기업 보다 낮기 때문에, 청년 실업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체 수와 종사자의 비율을 보면, 일본은 99%, 76.1%, 독일은 99.4%, 69.4%, 미국은 99.7%, 48.2%로서 한국보다 중소기업 고용인력이 훨씬 낮다. 이는 중견기업, 대기업 수가 많다는 것, 즉 양극화 문제가 훨씬 덜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정 이전에 중소기업을 판정하는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 제3조는 종업원, 자본금, 매출액을 이용하여, 각 산업에 맞게 기준을 정하면서 모든 산업에는 반드시 종업원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상시근로자 기준으로 보면 제조업, 광업, 건설업, 운송업 등은 300인 미만, 농업·임업 및 어업,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 등은 200인 미만, 교육서비스 등은 100인 미만, 부동산 및 임대업은 50인 미만이다.

그러나 2015년 6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법에 따르면 종업원 수와 관계없이 매출액만 적용하여 중소기업을 판정되게 되어 있다. 즉, 업종별로 평균 매출액이 1차 금속제조업 등은 1500억원 이하, 식료품 제조업 등은 1000억원 이하, 의료, 정밀, 광학기기 및 시계 제조업 등은 800억원 이하,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은 600억원 이하,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은 400억원 이하이면 무조건 중소기업으로 판정 받는다.

이 혜택을 누리는 이해관계자들은 중소기업 판정기준이 매출로 단순화 됐다고 환영하지만, 한국의 중소기업 실정으로 보면 중소기업을 판정하는 매출액 규모가 너무 크다. 이 기준하에서는 정부는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정부지원 혜택을 누리려는 피터팬 증후군 기업들을 계속 지원해야 함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축소에서는 더 멀어지는 부담을 안게 됐다. 더구나 개정된 판정기준은 선진국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기준과도 달라 한국의 중소기업 성과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국제적으로도 종업원수, 자본금, 매출액이 국가의 특성에 따라 각 산업에서 적절하게 조합되어 중소기업 판정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종업원 수는 중소기업 판정 기준에 가장 중요한 변수다. EU 기준은 종업원 수 250인 이하, 매출액 5000만 유로 이하, 자본금 4300만유로 이하이고, 일본과 대만의 경우는 자본금 규모는 훨씬 다양하지만, 종업원 수는 300인 미만이다. 미국도 소매업과 건설업에서는 매출액만으로 중소기업을 판정하고 있지만, 제조업에서는 엄격하게 종업원 수를 업종별로 500인 미만, 750인 미만, 1000명 미만, 1500인 미만으로 적용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통계청이 사업체 기초통계 조사에서 종업원 수 기준으로 중소기업 규모를 분류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중소기업 판정 기준이 달라진다면 통계청도 중소기업 분류 기준을 달리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중소기업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준이 종업원 수인데, 한국의 개정된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은 종업원 기준을 삭제해, 한국의 중소기업 산업 통계는 국제적 비교성, 정확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정책당국은 통계청이 종업원 기준을 적용해 계속 발표할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도대체 애초에 누가, 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소기업 판정기준을 바꿔 이런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종업원 수는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중소기업 판정 기준에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에 따라 종업원, 자본금, 매출액 등을 동시에 고려함으로써, 더 많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양극화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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