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협력업체 확보 '발등에 불'
워커힐-월드타워점 경력자들
타 면세점 이동 가능성 높아
명품업체 모시기도 만만찮아
5년 '시한부 특허' 투자 위험
사후면세점과 경쟁도 큰 부담

올해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신규로 특허권을 따낸 업체들은 승리의 기쁨도 잠시, 운영 전부터 난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올해 말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4곳의 시내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3개 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DF와 두산이 특허권을 따내 시장에 진입했다. 신세계와 두산은 내년 6월부터 각각 신세계 명동 본점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 두 업체는 모두 첫해 5000억∼8000억원, 2017년에는 1조원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증권가가 내놓는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면세점 시장에서 '업력'이 쌓이지 않은 두산이 면세점 인프라를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신세계 역시 조선호텔 파라다이스 부산, 김해·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해 왔지만 시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인력과 협력업체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신세계와 두산은 특허권을 빼긴 워커힐과 롯데타워점과 인력·물품 재고 등을 논의해 인력을 그대로 승계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존 인력들이 신라·한화·동화 등 타 면세점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연말 시내 면세점 개장을 앞둔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경력직 채용에 나섰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신라면세점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시장 인력 이동이 본격화됐다는 증거다. 신라 등 인력이 빠져나간 업체가 경력직을 채용하면 두산과 신세계 등 신규업체들은 외면받을 수 있다. 재고 이관 과정에서도 업체 간 다툼이 예상된다.

협력업체 모시기는 물론 업체들 '교통정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면세점 입찰 화두는 '상생'이었던 만큼 MD 구성 시 중소업체 상품을 최소 20% 이상 채워야 하지만 기존 면세점들은 명품 위주로 MD를 운영해와 참고할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점도 신규 면세점에는 문제다.

'면세점의 꽃'이라 불리는 명품 모시기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반기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에 성공한 한화갤러리아와 HDC-신라면세점은 주요 명품업체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면세점 경쟁에 뛰어들면서 명품업체들의 콧대가 높아져 입점 조건과 물건 단가도 높게 책정해놨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업체에 LOI(입점희망서)를 보냈지만 대다수 업체가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에서는 신라 이부진 사장이 나서도 안될 일을 신규업체들이 해낼 수 있겠냐는 말이 돌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 사업자들의 가장 큰 숙제는 5년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면세점 특허는 10년마다 갱신됐지만 대기업 독과점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며 5년 주기 경쟁입찰로 바뀌었다. 5년짜리 '시한부 특허' 때문에 신규사업자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은 면세점에서 이익을 올리지 못하면 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자칫 높아진 수수료만 부담하고 매출을 올리지 못해 투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독과점 해소를 명분으로 한 정부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는 사후면세점 시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신규 사업자들은 또 다른 경쟁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제값에 사면 출국 시 공항에서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면세점으로 시장규모는 연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6개 사후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엘아이에스(LIS)는 내년 1분기까지 새 사후면세점 5곳을 열고 내년 한해 사후면세 사업으로만 2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금을 쏟아부어 키워놨다가 SK워커힐처럼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롯데가 그나마 세계 3위까지 끌어올려 놓은 면세점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