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전성 악화 즉각대응… 중기만 기준강화 문제점도
대기업 부실수준이 더 심각
중기 자금흐름 부담 우려도

175개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이 확정되면서 일명 '좀비기업'이라 불리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금융당국은 예년에 비해 강화된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적용, 내제된 경제 위기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부실 위험이 확연히 높은 대기업들을 두고 중소기업에 대한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의 시선이 오가고 있다.

먼저 좀비기업이 유망한 중소기업에 흘러갈 자금까지 흡수해 전체적으로 기업 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에 당국이 조속히 대응에 나선 것은 전문가나 금융권 모두 환영할 만한 것이란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정책전문가는 "기업 구조조정을 민간 자율에 맡긴다면 채권은행이 적극성을 갖고 조정에 나설 확률은 극히 적다"며 "기업 구조조정에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은행과 기업이 동반 부실에 처하는 상황을 이미 수차례 겪은 터라 이번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다. 대기업 부실 수준이 중소기업보다 심각하고 부실 규모도 큰데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강화된 구조조정 요건을 적용, 조정 대상을 확대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 대상에 대해 이전보다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3년 연속 적자,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비율) 1 미만, 자산 건전성 요주의 등급 등이 신용위험평가 기준인데, 부실 취약 업종 대상 기업은 적자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등 위험평가 기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은행이 최근 발간한 '기업금융 조기경보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대기업 연체율은 1.04%로 6월 0.68%보다 0.36%포인트나 치솟았다.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0.99%인데 대기업 연체율이 이를 추월한 것이다. 대기업 한계기업 비중은 09년도 9.3% 14년 14.8%로 크게 늘어났으며 특히 조선, 운수, 철강 업종 순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향후 1년 내 은행권 대출 부실화가 증가할 가능성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는 유의해야 한다"며 "기존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가 대기업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어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인데 중소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자금 흐름과 은행 여신관리 양측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여신은 위험부담이 커 오히려 여신 심사를 보수적으로 하고 대출도 줄이는 등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대규모 여신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은 연체율도 낮고 수익성이 좋아 관련 대출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조속히 이뤄지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이번 구조조정 대상 전체 신용 공여액이 2조2204억원에 불과한데 대기업 한곳의 부실 대출은 이의 두 세배에 달하는 만큼 기업 구조조정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대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구조조정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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