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들 '될성부른 신약 찾기' 열중
한미약품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성사
신약 R&D개발로 세계수준 제약업체 '도약'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혁신적인 연구개발(R&D)로 성장을 거듭해온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를 내놨다. 이 약은 12주 투여 후 97%의 완치율을 보여 그동안 완치율이 낮아 간암으로 전이되거나 간이식을 받아야 했던 C형간염 환자들에게 '꿈의 치료제'로 불린다. 미국에서 이 약은 한 알에 1000달러(약 115만원)에 팔린다. 1일 1회 12주 치료를 받으면 8만4000달러(약 9700만원)가 드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내에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C형 간염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첫해 매출이 무려 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소발디의 선전으로 길리어드의 매출은 2013년 112억달러에서 지난해 249억달러로 100%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66.5%에 달했다. 이미 매출이 12조원이 넘던 회사가 신약 하나로 1년 만에 2배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2억달러에 불과했던 길리어드는 '의약품이 아니라 과학을 파는 회사'라는 경영철학으로 세계 10대 제약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복제약(제네릭) 위주로 성장한 국내 제약사들은 세계 50대 제약사에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저수익 구조에 전체 제약시장 규모가 19조원에 불과한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이 올해 총 7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R&D를 중심으로 한 제약산업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R&D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통상 12∼13년이 필요하고 1조원 이상이 든다. 그러면서도 평균적으로 1만개 물질 중 1∼2개 만이 시장에 의약품으로 출시된다. 연구 과정에 부작용 등 문제가 발견돼 개발이 중단되면 개발비가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R&D 투자와 공격적인 기술 사들이기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 때문에 한미약품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1년에도 여러 건 맺어진다. 2013년 기준으로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매출액의 17.1%인 72억유로(약 9조원)를 R&D에 투자해 세계 기업 R&D 투자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로슈가 매출의 18.6%에 해당하는 72억유로(약 9조원), 존슨앤드존슨이 11.5%인 59억유로(약 7조3000억원)를 투자해 각각 6위와 8위에 올랐다. 같은 해 한미약품은 975위로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R&D 1000대 기업 순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점차 R&D 생산성은 떨어지는 추세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외부와 R&D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망한 기술을 사들이고 수십조원 규모 M&A '빅딜'을 감행하며 '될성부른 신약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이름 없던 한미약품이 기술력 하나로 세계적인 규모의 기술수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한미약품과 5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사노피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 노보노디스크, 릴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노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당뇨 치료제 '란투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특허만료로 매출 감소가 전망된다. 또 경쟁업체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안, 사노피는 한발 늦었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한미약품의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를 사들인 것이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체결한 전체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세계에서 일어난 기술이전 계약 중 가장 크다.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친 전체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은 2010년 12건, 2011년 3건, 2013년 5건, 2014년 12건, 올해 7건에 불과하다. 세계 제약업계 순위에 끼지도 못하던 작은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기술 하나로 단숨에 세계 최고 규모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킨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지식산업으로,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나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육성할 가치가 있다"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뛰어난 기술만 개발한다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한미약품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성사
신약 R&D개발로 세계수준 제약업체 '도약'
198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혁신적인 연구개발(R&D)로 성장을 거듭해온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를 내놨다. 이 약은 12주 투여 후 97%의 완치율을 보여 그동안 완치율이 낮아 간암으로 전이되거나 간이식을 받아야 했던 C형간염 환자들에게 '꿈의 치료제'로 불린다. 미국에서 이 약은 한 알에 1000달러(약 115만원)에 팔린다. 1일 1회 12주 치료를 받으면 8만4000달러(약 9700만원)가 드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내에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C형 간염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첫해 매출이 무려 100억달러(약 11조5000억원)를 넘어섰다. 소발디의 선전으로 길리어드의 매출은 2013년 112억달러에서 지난해 249억달러로 100% 이상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66.5%에 달했다. 이미 매출이 12조원이 넘던 회사가 신약 하나로 1년 만에 2배 성장을 이룬 것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2억달러에 불과했던 길리어드는 '의약품이 아니라 과학을 파는 회사'라는 경영철학으로 세계 10대 제약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도 복제약(제네릭) 위주로 성장한 국내 제약사들은 세계 50대 제약사에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저수익 구조에 전체 제약시장 규모가 19조원에 불과한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이 올해 총 7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R&D를 중심으로 한 제약산업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R&D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통상 12∼13년이 필요하고 1조원 이상이 든다. 그러면서도 평균적으로 1만개 물질 중 1∼2개 만이 시장에 의약품으로 출시된다. 연구 과정에 부작용 등 문제가 발견돼 개발이 중단되면 개발비가 고스란히 손해로 돌아온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R&D 투자와 공격적인 기술 사들이기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 때문에 한미약품 같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이 1년에도 여러 건 맺어진다. 2013년 기준으로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매출액의 17.1%인 72억유로(약 9조원)를 R&D에 투자해 세계 기업 R&D 투자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로슈가 매출의 18.6%에 해당하는 72억유로(약 9조원), 존슨앤드존슨이 11.5%인 59억유로(약 7조3000억원)를 투자해 각각 6위와 8위에 올랐다. 같은 해 한미약품은 975위로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R&D 1000대 기업 순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점차 R&D 생산성은 떨어지는 추세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외부와 R&D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망한 기술을 사들이고 수십조원 규모 M&A '빅딜'을 감행하며 '될성부른 신약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이름 없던 한미약품이 기술력 하나로 세계적인 규모의 기술수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한미약품과 5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사노피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분야에서 노보노디스크, 릴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노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당뇨 치료제 '란투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특허만료로 매출 감소가 전망된다. 또 경쟁업체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동안, 사노피는 한발 늦었다.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한미약품의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 '퀀텀프로젝트'를 사들인 것이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체결한 전체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세계에서 일어난 기술이전 계약 중 가장 크다. 단계별 마일스톤을 합친 전체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기술이전 계약은 2010년 12건, 2011년 3건, 2013년 5건, 2014년 12건, 올해 7건에 불과하다. 세계 제약업계 순위에 끼지도 못하던 작은 제약사인 한미약품이 기술 하나로 단숨에 세계 최고 규모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킨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 지식산업으로,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나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육성할 가치가 있다"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뛰어난 기술만 개발한다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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