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5개서 50개 증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업종별 구조조정 이달 윤곽 부실기업 솎아내기 가속도
부실화된 채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중소기업 175곳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한 데다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면서 올해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175개로 지난해 대비 5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부실징후가 있으면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C등급과, 부실징후가 있으면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D등급을 합친 숫자다. C등급과 D등급은 각각 70개, 105개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6개, 34개 증가한 규모이며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12곳) 이후 최대치다. 2013년 112곳, 2014년 125곳에 이어 증가세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는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이번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C·D등급을 받은 기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이고 D등급은 채권금융사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이에 따라 D등급 105곳 중 상당수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거나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은행은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만기가 된 여신을 회수하게 된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 직접적 원인은 신용위험평가를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조성목 금감원 선임국장은 "부실기업이 많이 속해있는 금속제품제조, 전자부품제조, 수상운송업, 항공기운송서비스, 숙박업, 오락 및 레저, 기타 개인 서비스 등 12개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기존 대비 엄격한 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최근 3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이 조사 대상이지만, 해당 업종 기업에 대해서는 '최근 2년간'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은 평가대상 중소기업 1만7594곳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이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934곳을 세부평가 대상으로 잡았다. 지난해 대비 20%(325곳) 늘어난 규모다.
근본적으로는 경기 부진이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경기 둔화는 수출 제조업체에 치명타가 됐다.
이번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중소기업 가운데 60%(105곳)는 제조업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 G2 리스크가 부상함에 따라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솎아내기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가계부채에 이어 기업부채까지 뇌관으로 부상하며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달 중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로 변신한 유암코가 첫 구조조정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다음 달에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기업 그룹 차원에서는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제도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올해 대기업그룹 41계 계열을 주채무계열로 정했다. 이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1개 계열을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선정해 자본확충, 자산매각, 사업구조 재편 같은 자구계획을 이행토록 하고 있다. 개별 대기업에 대해선 지난 6월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3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렸으며, 이르면 다음달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추가로 대기업 구조조정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그리고 있는 업종별 구조조정 계획도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관계부처와 금감원, 국책은행 등이 참석하는 정부 내 협의체에서 업황 분석 및 전망,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내놓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주요업체들이 대규모 부실을 드러낸 조선업종과 장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5대 업종이 일단 검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