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에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없어지면서 운동기능이 저하돼 발병하는 파킨슨병을 외과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진병관 경희대 의대 교수(사진) 연구팀은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운동 기능을 회복시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을 파킨슨병 동물모델을 통해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돼 운동기능이 저하되는 노인성 퇴행성 질환으로,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 속도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서 치료를 해 왔다.

연구팀은 한쪽 뇌에 도파민 신경세포를 사멸시킨 파킨슨병 동물모델에 캡사이신을 투여하면 실험 쥐의 도파민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되면서 빙빙 도는 이상한 행동의 횟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캡사이신이 뇌를 구성하는 별모양 세포로 기능·구조적으로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성상교세포'에서 과발현된 통증수용체를 활성화해 신경영양인자(CNTF)를 직접 생산·분비함으로써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와 행동 기능을 회복시켰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캡사이신이 CNTF 발현 증가를 유도해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운동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학술지 '브레인(10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연구재단의 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진병관 교수는 "통증수용체와 신경영양인자가 도파민 신경세포 보호·기능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는 데 학문적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파킨슨병 등과 같은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 전략 개발과 신약개발에 기여하는 연구결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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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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