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비용 낭비·이용불편 최소화… 기존사업자 재할당 무게
국내, 경매시 SKT 기지국 철수·3G 서비스 이용 어려움 초래
LGU+ "SKT,주파수 확보 알박기… 전부 회수해 경매붙여야"

내년 정부의 2.1㎓ 주파수 경매에 앞서 이동통신 사업자간 주파수 분배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선진국의 주파수 경매·재할당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존 주파수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사업자의 설비투자를 무시하고 할당기간 만료 주파수를 무조건 회수해 재분배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은 기존 사업자의 주파수 재할당에 무게를 뒀다. 독일, 스위스, 홍콩 등은 대부분 할당 기간이 끝난 주파수를 회수해 경매에 부쳤지만, 대부분 20년 가량 사용해온 2세대(G) 서비스 가입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LTE용으로 재분배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큰 논란이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1㎓ 대역에서 사용기간이 만료된 100㎒를 모두 회수해 경매에 부칠 경우, 이통사가 투자한 지 1년 밖에 안된 기지국 설비를 다시 걷어내야 하는 문제점, 기존 3G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2.1㎓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설비 투자의 낭비는 결국 이용자 피해가 될 수 있어 재할당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주파수 경쟁수요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경매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해외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사업자의 사용권을 인정하는 '재할당'과 정부가 거둬 새롭게 분배하는 '경매제'를 혼합해 주파수를 분배하고 있다. 미국은 가장 극단적인 주파수 재할당 정책을 쓰고 있다. 주파수를 시장 경제에 내맡기는 사례다. 사업자는 시장에 나온 주파수를 경매를 통해 형식적으론 10년의 할당기간을 얻는데, 정부는 이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심사를 거쳐 큰 문제만 없으면 무료로 재할당한다. 사실상 주파수를 판매하는 셈이다. 이렇게 얻은 주파수는 이통사 또는 방송사가 '주파수 거래제'를 이용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600㎒ 대역을 대가를 받고 통신사에 넘기고, 통신사끼리 경매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경매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영국도 기존 사업자가 쓰던 2G 또는 3G 주파수를 재할당했다. 영국은 지난 2011년 2G로 쓰던 900㎒, 1.8㎓ 전체를 재할당했으며, 2013년엔 우리나라처럼 4G LTE 서비스를 위해 2G, 3G 주파수를 재활용하도록 허용키도 했다. 단, 영국은 사업자 간 경쟁력이 비교적 균등해 비교적 손쉽게 사업자끼리 재할당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독일과 홍콩, 스위스 등은 주파수 이용자가 일부 남아 있어도, 다시 거둬 경매에 부쳤다. 독일은 올해 이동통신 3사가 2G로 사용하던 900㎒와 1.8㎓ 대역을 내년 사용기간 만료를 앞두고 경매를 통해 분배했다. 특히 독일은 1.8㎓ 대역에선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를 모두 회수해 경매에 부쳤다.

다만 이는 2G 서비스 가입자가 크게 줄었고, 사업자의 설비투자 감가상각이 끝난 상황에서 LTE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위스도 900㎒, 1.8㎓, 2.1㎓ 대역 주파수를 전량 회수해 경매에 부쳤지만, 2021년까지가 할당이 끝나는 이 주파수 대역을 5년 먼저 경매해 사업자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은 아니다.

홍콩은 재할당과 경매를 혼합했다. 2016년 이용기간이 만료한 3G 주파수 118.4㎒ 폭 중 69.2㎒ 폭은 기존 사업자들에게 재할당하고, 나머지 49.2㎒ 폭은 경매에 부쳤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 2.1㎓ 주파수 경매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SK텔레콤과 KT가 2.1㎓ 대역에 투자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6년에 할당기간이 만료된다. 세계 대부분 국가의 주파수 경매에선 2G, 3G 등 이전 세대 통신 방식의 할당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주파수를 경매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미 2.1㎓ 주파수 대역에 기지국 3만9000개, 8500억원을 투자했는데, 2.1㎓ 대역을 완전 경매에 부칠 경우 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투자는 동일 주파수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파수 '알박기'일 뿐이라 주장한다.

업계 전문가는 "최신 기술의 설비투자를 진행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파수 할당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가 해외에선 없었다"며 "ICT 선진국인 한국의 이번 경매안이 세계 통신시장에서 일종의 '판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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