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여성들의 경력단절 현상 심각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일자리 기회 만들어야
미래 기술 트렌드 읽고 새로운 분야 적극 도전해야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환경과학을 전공한 A씨(37)는 결혼 후 8년 넘게 재직한 대기업을 퇴사했다. 남들이 선망하던 대기업 직원에서 소위 경력단절 여성이 된 것이다. 몇 년 후 그녀는 다시 취업하려 했으나 여러 차례 탈락의 쓴맛을 보고 나서야 전과 같은 수준의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요즘 다시 활기를 찾았다. 환경 관련 위촉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정규직 대신 일-가정 양립이 수월한 과학기술 전문 프리랜서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녀는 <서울과학기술새일센터> 에서 한창 뜨는 3D프린팅 전문가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초·중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STEAM 연수과정 강사와 진로체험 3D 전문 강사로 활동 중이다. 또 의료영상연구실 연구과제도 돕고 있다.

최근의 과학기술 흐름을 잘 이해해서 원래 전공은 아니지만 새로운 직업 훈련을 받은 후 도전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2개나 갖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해온 '새일센터'는 경력복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됐으나 그들의 전공과는 무관하게 질 낮은 재취업에만 초점을 맞춰 여성들에게 실망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높은 과학기술 분야로의 경력복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서울과학기술새일센터> 가 문을 연 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경력복귀 준비생들이 다양한 재교육과 훈련과정을 거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3D프린팅 전문가 과정도 그 중 하나인데 수강한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장난감부터 인공기관까지 다양하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들이 필자가 5년 전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본 샘플들보다 더 훌륭하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대전에서는 '세계과학기술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의 연사 가운데 뉴욕시가 자랑하는 젊은 여성 엔지니어가 있었다. 혁신기업 의 창업자이자 CEO인 케간 쇼밴버그(Kegan Schouwenburg)는 경력복귀를 꿈꾸는 우리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하다.

그녀는 3D프린팅과 함께하는 다양한 미래를 보여줬다. 그 어떤 상상도 현실로 출력해내는 3D 프린팅을 통해서 의수와 의족 등 인공기관, 인공장기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스마트 공장'은 산업혁명을 능가하는 가치를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케건은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30인에 뽑히기도 했다.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6.9%로, 남성 참여율 78.2%보다 21.3%나 낮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62.8%보다 훨씬 낮고 30위로 최하위권이다. 2013년 기준으로 이공계 전공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61%로 타 전공에 비해 높은 편이나 남성의 참여율 92.3%보다 31%나 낮다.

20대 이공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8% 정도로 남성의 85%와 큰 차이가 없지만 30대 이후 남성은 90%에 이르는 반면에 여성은 50%대 크게 떨어져 경력단절 현상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이 미래 발전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남녀의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때, 우수 여성과학기술 인재의 낭비는 국가의 큰 손실이다.

모든 여성과학기술인이 미래 발전에 참여하고 당당한 사회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미래흐름을 예측해 다양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노르웨이나 네덜란드처럼 다양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시급하다. 경력복귀 성공사례를 만들고 널리 알려서 보다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하게 양질의 보육시설이 운영이 무엇보다 선행돼야한다. 남녀 모두가 완전한 일자리와 재취업을 할 수 있게 1세부터 입학이 가능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독일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아나 가족 돌봄 등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커진 다음 과학기술 현장으로 돌아온 여성과학기술인은 사람에게 더 적합한 기술개발, 모두를 위한 기술을 계발할 지혜를 지녔다. 자신의 전문영역만을 중시했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재 풀로 등장한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력복귀 여성과학기술인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학 때의 전공만을 고집하지 않고, 미래 흐름을 읽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그녀들의 도전기에 큰 응원을 보낸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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